외교통상부 사무관 2명이 지난 3일 AP통신측으로부터 김선일씨 피랍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고도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김선일씨를 구출할 수 있는 기회를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로 놓쳤다는 비난과 함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관련 부서 직원들을 일일이 면담한 결과 공보관실 모 사무관과 아중동국 모 사무관 등 2명이 지난 3일 AP기자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 대변인은 "공보관실 사무관이 외신기자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김씨 실종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으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아중동국 사무관도 "기억은 희미하지만 전화가 온 것 같다"고 통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통화 사실을 상급자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감사원은 김씨 피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외교부 국정원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4개 기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날 행정·안보감사국 감사관 16명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외교부에 대한 자료 수집과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외교부는 AP측과의 전화통화 내용 등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다음달 중순까지 △AP통신의 피랍 사실 확인에 대한 외교부의 처리과정 △외교부의 최초 피랍 정보 취득 경위와 보고체계 △정부의 협상과정 등 대응실태 △이라크 내 교민 안전관리 실태 등을 중점 조사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다음주 초 바그다드에 조사단을 파견,교민들을 상대로 정부의 교민보호 실태를 조사하고 건의사항도 청취할 계획이다. 한편 쿠웨이트에 안치돼 있는 김선일씨의 시신은 26일 새벽 대한항공편으로 운구돼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인천공항을 경유해 부산 시립의료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김형배·정종호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