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책이 나왔다. 이탈리아 작가이자 사상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 '미네르바 성냥갑'(열린책들刊.전2권). 이 책은 에코가 이탈리아의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십여 년간 연재했던 칼럼을묶은 것. 1999년에 출간된 그의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열린책들刊)의 후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칼럼과 동명의 책 제목 '미네르바 성냥갑'은 '미네르바'라는 상표의 성냥갑에메모하던 버릇에서 힌트를 얻은 것. 에코는 인간 복제나 출생률 감소부터 문학과 예술, 인터넷, 매체, 민주주의까지 짧지만 굵은 생각의 가지를 뻗었다. 진지하면서도유머를 잃지 않는 시원한 글쓰기는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에코는 '단춧구멍의 꽃 같은 지식인?'에서 지식인들의 정치입문에 대해 무엇 때문에 지식인들이 제대로 할 줄 모르는 통치나 입법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다며신랄하게 비판한다. "지식인들의 의무는 정치 계급의 교체를 요구하는(그리고 형성하도록 기여하는)것이지, 단지 단춧구멍이 텅 비어 있다고 거기에 꽂아 놓은 꽃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 ('단춧구멍의 꽃 같은 지식인?' 중) 또 저자는 미국과 이라크의 충돌이 한창이었던 1990년에 쓴 '장군과 사담 후세인'에서 미국과 이라크를 비판하며 "전쟁이란 아무에게나 맡기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것이다"고 말한다. 에코의 이러한 비판은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에세이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책에 대해 "읽어야 할 책들은 어떤 전자 장치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명문가 에코가제안하는 '글을 잘 쓰는 방법'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글쓰기를점검하며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에세이다. 김운찬 옮김. 각권 328쪽. 각권 9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