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22일 밤 살해된 것으로 전해지자 가족들은 물론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당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동안 유엔 등 국제기구, 관련 단체 등을 통해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무위로 돌아가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국, 김씨 행방 추적 실패 외교부를 비롯한 당국은 당초부터 낙관은 금물이라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알 자지라 방송 회견을 통해 납치범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등 전방위적인 석방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당국은 김씨가 건재하다는 외신보도 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첩보 수준의 각종 정보를 수집 중이지만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일부 외신 보도로 국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막상 당국은 김씨가 납치된 이후부터 살해된 것으로 알려질 때까지 생사 여부를 비롯해 소재지, 무사 귀환 가능성 등에 대해 오리무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에서 정보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이 잇따라 "많은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믿을 만한 정보인지 확신하기 어럽다"며 "현 시점에서 어떻게 될지 단정하기 힘들다"고 강조해 당국의 정보 부재를 드러냈다. 알 자지라 방송 등 아랍의 사적 채널과 접촉해온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처형은 이뤄지지 않을 분위기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접수한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라고 되풀이해 국민들을 들뜨게 했으나 결국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셈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관적인 보고 서훈 NSC 정보관리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국방ㆍ통외통분과 의원들과의 연석간담회에서 "김씨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채널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라크 무장단체와의 직접 채널은 확보하지 못했다"며 김씨가 사망할 경우 정부의 보상대책과 시신 운송 방안 등을 공개했다. 서 실장은 "김씨의 석방을 위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불행한 사태에 대비한 수습책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일본인 3명을 납치한 이라크 저항세력과 협상을 벌였던 일본 정부 전문가들과도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같은 보고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질타했다. 한 의원은 "김씨의 석방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에 정부가 참수를 기정사실화한데 이어 이에 따른 대책까지 세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자 NSC는 향후 대책 보고를 중단했다.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김씨의 구명시한이 연장됐다는 알 아라비야 방송의 보도와 관련, "보도를 보고서야 처음 알았다"며 "임홍재 이라크 대사를 통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방위 석방운동도 무위로 장재룡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책반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 도착, 미군 임시행정처(CPA)와 다국적군 사령부(MNFC) 등과 다각적인 접촉을 갖는 등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한 활동에 나섰으나 무위로 끝났다. 정부대책반은 이슬람 성직자 단체와 이슬람계 정당 간부 등 각종 채널을 통해 김씨의 소재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김씨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일신교와 성전'과 관련된 알 자르카위 측에 협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홍재 주 이라크대사도 자국민이 납치됐다가 석방된 다른 외국 공관의 고위급 외교관들과 잇따라 접촉, 측면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많은 중동국가들이 이라크 정세와 인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