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의 회동에서 "공정위는 경쟁제한적 규제를 완화하는데 힘쓰고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 영리법인이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금지돼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가능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향후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삼성측에서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 등이, 공정위측에선 강대영 사무처장 등이 각각 배석했다. 다음은 공정위가 발표한 강 위원장과 이 회장의 주요 대화내용. 강 위원장 =한국 경제는 요소투입형에서 생산성 증대형으로 성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제전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평가하시는지요. 이 회장 =패러다임 변화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취약한 중소기업과 신용불량자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앞으로 경제가 잘 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일본 중소기업이 기술집약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중소기업도 투자를 하고 기술도 개발할 소지가 많다고 봅니다. 강 위원장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회장 =그런 면이 있습니다. 일본은 하청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서 하청업자보다 오히려 원사업자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중소기업도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강 위원장 =역사발전이라는 것은 자유의 확대와 생산증대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삼성은 생산면에서는 큰 기여를 하고 있으나, 소액주주 소비자 경쟁사업자 등의 자유확대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 =좋은 말씀입니다. 삼성은 약 14만명이 1백20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큰 조직이므로 자유의 침해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에도 관심을 갖겠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업을 확장하고 이익을 내려는 유인이 있습니다. 강 위원장 =이윤추구는 기업의 목적이므로 당연하지만 경쟁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구조조정본부의 투명성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 =앞으로 구조본의 투명성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정경유착도 없어질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강 위원장 =정책과 제도에 관해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 회장 =대화가 있으면 오해의 80%는 풀린 것입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