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자산의 불법 해외유출이 잇따르면서 금융감독원 등 관계당국이 바빠졌다. 금감원은 1일 은행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외환거래가 많은 금융회사 영업점에 대한 검사도 예고했다. 또 금감원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국세청 관세청 등 관련 기관이 협조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등 관련기관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대응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선 관련기관들조차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법 체계상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할 통일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불법 외환거래 차단을 위한 검사 및 조사를 한은 금감원 관세청 등 3개 기관이 나눠서 담당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한은은 해외부동산 취득이나 외국 비상장기업 주식 취득 등을 신고해올 때 적정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매입을 신고한 사례는 지난 99년 외국환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한은은 신고사항 이외에는 조사할 수 없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외환관련 사항에 대한 사후관리 및 검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계좌추적권이 없어 '환치기' 등 불법 외환거래를 확인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담당부서인 외환조사팀은 팀장을 포함해 직원이 4명에 불과할 정도로 관련조직도 취약하다. 관세청은 계좌추적권 등 수사권을 갖고 있어 비교적 활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관할업무가 수출입 거래와 마약 밀수 등의 분야에 한정돼 있다. 게다가 한은이나 금감원과 실제 조사 때 업무협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4천3백억원대의 환치기단을 적발했을 때도 검찰과만 협조했을 뿐 금감원과 한은에는 결과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불법 외환거래 대책 중 관련기관과의 공조체제 구축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단기적인 대응책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외환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단기적인 대증요법으로 정부가 호들갑을 떤다는 소리도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