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유가를 잡아 국가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추진해온 해외유전개발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해외유전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SK가(家)의 2대에 걸친 '산유국의 꿈'이 주목받고 있다. 26일 SK에 따르면 최근 고유가 사태가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로 부상하면서 고 최종현 회장의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된 SK그룹 최씨일가의 2대에 걸친 '산유국의 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란 섬유산업 위주이던 선경그룹(현 SK그룹)이 지난 80년 정유사인 유공(현 SK㈜)을 인수하면서 고 최 회장이 첫 일성으로 제시했던 말로,유전이 없는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담은 말이다. 당시 최 회장은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으로 '자원기획실'을 신설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남다른 의지와 열정을 보였다. 해외유전개발사업은 성공가능성은 매우 낮은 반면 투자비용은 커서 당시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우려도 많았으나 산유국이 되지 않고서는 에너지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최 회장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최 회장은 해외유전개발사업 2년째인 84년 "회사는 이익의 15% 이상을 매년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할 것이며 실패하더라도 참여한 직원을 문책해서는 안된다"면서 이 사업을 회사차원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최 회장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84년 투자한 예멘의 마리브 광구에서 처음으로상업성이 확인됐으며 87년에는 처음으로 원유를 선적하게 돼 '산유국의 꿈'이 마침내 실현됐다. 최 회장의 이같은 '산유국의 꿈'은 아들인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유전개발사업을 전담하는 'R&I'(Resources&International) 부문을 신설하고 최측근인 유정준 전무를 R&I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신설된 R&I 부문은 과거 최종현 회장이 조직한 자원기획실처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구성됐다고 SK는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의 구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 조직은 SK가 포화상태에 있는 내수시장을 벗어나 아태지역의 메이저(Major)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게 될것이라고 SK는 덧붙였다. 현재 SK는 전세계 24개국 52개 광구에서 해외유전개발사업을 추진중이며 올해에만 1천857억원의 매출과 8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SK는 지금까지 이들 해외유전에서 국내 연간 소비물량의 49%에 해당하는 3억3천만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한 상태이며 앞으로 북서아프리카와 남미, 카스피해,중국 등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유망 탐사사업 참여와 매장량 매입을 적극 추진, '산유국의 꿈'을 '석유수출국의 꿈'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해외유전개발은 성공가능성은 낮지만 에너지 독립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해외유전개발사업을 그룹 차원의 핵심사업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