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정치관심이 지나치다' `화장실이 지저분하다' `회의가 잦고 오래 한다'.... 바로 은행의 여신담당 직원들이 꼽는 부실기업 징후다. 중소기업 부실로 골병이 들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부실징후 잡아내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현장에서 체득한 부실징후 감지 기법과 노하우를 집대성해 영업점에 전파하거나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을 동원해 거래기업의 신용상태에 대한 정밀분석에 나서는 등기업 부실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최근 부실징후 체크리스트와 사례를 담은 `부도 및 도산의 예견, 조치사항' 책자를 일선 영업점에 내려보내고 기업금융 전담역(RM)들로 하여금 현장 모니터링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 책자는 경영진의 사생활을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규정, `경영인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 `도박이나 호화생활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사생활이 복잡하고 이혼을 고려중이다' `점쟁이의 말을 너무 믿는다' `실세는 남편인데 부인이 대표자다' `공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얼굴표정이 어둡다' `주민등록 전출입이 잦다'등의 항목과 일치하는 기업이면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책자는 "이런 경영진은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이 안되는 부분을 정치가나 점쟁이에 의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어려운 사정을 감추기 위해 역으로 고급승용차를 타거나 호화사치로 가장하고 있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분위기는 수시로 살펴봐야할 부분으로 `사내가 불결하고 정리정돈이 엉망이다' `직원들이 불친절하다' `상하 위계질서가 없다' `회의가 잦고 장시간이다' `화장실이 지저분하고 악취가 난다' `유능한 인물이 퇴사했다' `낯선 사람의 출입이잦다'는 등의 현상이 보이면 의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밖에 `주요거래처가 도산하거나 거래처를 바꿨다' `덤핑판매가 늘고 있다' `어음지급 기일이 장기화된다' `유휴설비가 많다' `유행에 뒤떨어진다' `회계.결산자료의 요구에 불응하거나 회피한다'는 것도 대표적 부실징후로 꼽고 있다. 책자는 아울러 소문을 부실징후를 판단하는데 있어 무시못할 기준이라고 보고거래기업에 대한 악성루머나 여론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며 항상 확인하는 습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신용상태를 점검하는 조기경보시스템 적용 대상을 현행 여신거래규모 10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확대, 7천∼8천개의 기업을 대상으로현장 방문을 통한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부실징후 점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재무.비재무 평가요인을 입력해 부실징후를 조기 포착하는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에 사채시장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금리 추이, 주가의 급변동 추이도 평가요인에 포함시켜 일일 점검을 실시중이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해부터 명동 사채시장 정보와 풍문을 부실징후 판단기준으로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본부 차원에서 재무적으로 분석.평가한 특정기업의 부실징후 내용을이메일로 일선 영업점의 담당직원에게 내려보내 해당 기업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