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상을 끌어온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나자프 사태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수니파 저항세력 거점인 팔루자 사태가 지난 4월 말 휴전 성립으로 진정된 데이어 과격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가 은신해 있는 나자프 사태도 미군의 강온 양면전략에 밀려 사드르가 고립되는 형국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군의 강온 압박작전 = 미군은 6.30 주권이양전까지 나자프 사태를 해결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 달 26일 무크타다 알-사드르와 그가 이끄는 알-마흐디 민병대에 최후통첩을 보낸뒤 27일 부터 나자프 외곽 공습 등 본격적인 압박작전에 나섰다. 27일 AC-130 공격기와 헬기를 동원해 시 외곽의 저항세력 주요 거점을 공중폭격하고, 마흐디 민병대를 나자프 외곽 도시인 쿠파와 카르빌라로 유인해 공격했다. 또 알-사드르의 정치적 거점인 바그다드 시내 사드르 시티의 사드르 사무실도탱크를 동원해 파괴하는 등 주요 거점만을 선별적으로 분쇄하는 전략을 계속했다. 이를 통해 6일 쿠파전투에서만 41명의 민병대원을 사살하고, 메흐디군이 장악했던 주지사 사무실도 다시 접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군은 다만 나자프가 시아파의 성지인 점을 감안, 모스크에 대한 공격과 시내진격작전은 자제하면서 사드르와 온건 시아파간의 틈새벌리기 작전을 병행했다. ◆사드르에게 등돌린 온건 시아파 = 미군의 강온 양면전략이 진행되는 사이 11일 나자프 시민 1천여명이 알-사드르와 마흐디군의 나자프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가벌어졌다. 나자프 시민들이 궐기한 것은 시민중 상당수가 온건 시아파 지도자인 알-시스타니를 따르는 측면 외에 성도를 방문하는 이란과 아랍국가 시아파 관광객들을 상대로장사를 하며 유지해오던 생업이 교전으로 막대한 지장을 받게된 측면도 작용했다. 시아파의 시조격인 이맘 알리의 묘소가 있는 나자프에서 교전이 계속되면서 온건 시아파 성직자와 부족장들도 성지 보호 차원에서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이들은 사드르에 대해 ▲살인혐의 재판이 진행될때까지 사드르 신변을 부족장들이 보호 ▲공정한 재판 보장 및 재판결과에 대한 사드르의 수용 ▲점령군과 모든 민병대의 나자프 철수 ▲마흐디 민병대의 무기반납과 비무장 정치조직화 등을 요구하며 15일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드르를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부족장들은 바스라에서 카르발라에 이르는 남부지방에서 200여만명의 주민들을포괄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해 사드르로서도 무시할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 ◆사드르의 최후저항 = 사드르는 사태가 불리하게 진행됨에 따라 미군과 동맹군에 대한 자살공격을 경고하며 최후저항에 나서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화전 양면전략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알-사드르 추종세력을 자처하는 한 여자는 11일 "알-사드르가 다칠 경우 우리는미국의 이교도들을 향해 순교작전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사드르시티에 거주하는 사드르 추종자들도 9일 미군이 탱크와 헬기 공격으로 파괴한 사드르 사무실을하루새 복구하며 `결전의지'를 다졌다. 사드르는 동시에 11일 사태 종식을 위해 "연합군이 공정하고 투명한 협상을 전제로 공식적으로 협상을 요청해 온다면 나는 모든 상황을 종식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의 문을 열어놓기도 했다. 미 군정 당국의 친(親) 사드르계 주간지 `알-하우자' 정간조치와 사드르 측근에대한 체포로 시작된 나자프 사태는 이번주가 사태해결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