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헌법기념일을 앞두고 일본에서 개헌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들이 다투어 특집기사로 다루고 있고 미국을방문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현지에서 미국지도층에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당내에 헌법조사회를 공식 기구로 설치해 개헌안 초안작성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인 내년 11월까지, 민주당은 연내에 초안작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공명당도 당내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해 프라이버시권과환경권 등을 명시한 개헌안 초안을 마련중이다. 시기와 내용이 문제일뿐 개헌은 기정사실이 된 듯한 분위기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53%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요즘 호헌론은 과거 개헌론이 그랬던 것 처럼 터부가 됐다. 일부 인사의 돌출발언 형식으로 제기되던 개헌론이 본격적으로 정치일정에 오른것은 작년 11월 중의원 선거 이후다. 개헌을 주장하는 자민당과 창헌(創憲)을 내세운 민주당, 부분적으로 손질하자는가헌(加憲)을 표방한 공명당이 다수 의석을 얻은 데 비해 호헌을 주장한 사민당과공산당은 양당 합해 고작 15석을 얻는데 그쳤다. 개헌논의는 공식적으로는 중.참 양원 헌법조사회가 주도하고 있다. 이 기구는 `헌법에 관한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조사'를 목표로 200년 1월에 설치됐다. 중의원 의원 50명, 참의원 의원 45명을 위원으로 하는 이 기구는 내년 헌법기념일까지 최종보고서를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마지막 손질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사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법안제출이나 심의 등은 하지 않지만 보고서 내용이개헌논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양원조사회 모두 현행 헌법의 전문을 바꿔 쓰고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9조도 고치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전해지고 있다. 개헌론의 핵심은 분쟁해결 수단으로서의 군사력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금지하고 있는 '헌법 9조' 개정문제다. 프라이버시권과 환경권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한 들러리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전쟁포기. 전력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헌법 9조는 2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고 돼 있다. 2항은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다른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중 ▲전쟁포기는 유지하되 ▲자위대는 `군대'로 성격을 규정해 자위권 보유를명기하고 ▲자위대가 국제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남은 쟁점은 집단자위권을 허용할 지 여부 정도다. 자민당내 매파들은 집단자위권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단자위권은 동맹국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본은 미국과 안보조약을 맺고 있다. 집단자위권이 허용되면 가령 미국이 이라크에 참전할 경우 별도의 절차없이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집단자위권 허용에는소극적이다. 공명당은 "헌법 9조는 전수방위가 기본이며 집단자위권 행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해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자위대 해외파병에는 `유엔 주도'를 조건으로민주당과 공명당도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공명당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후복구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데 찬성한 바 있다. 개헌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무기수출 원칙 개정여부도 관심사다. 평화헌법과함께 2차대전후 일본의 국시로 여겨져온 무기수출3원칙은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국가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일각에서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도입과 관련, 무기수출3원칙을 개정해 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