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輝昌 <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 교수 > 17대 총선결과에 대해서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잘못된 결론을 내림으로써 자칫 귀중한 교훈을 헛되이 할 가능성이 있다.총선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그 결과가 '황금분할'이고 이제는 '타협과 상생의 정치'로 '경제에 주력할 때'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그럴 듯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다. 총선의 진정한 교훈을 이해하기 위해서 정치를 경영에 비유해 보자.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시장에 좀 더 침투할 수 있나를 논의하는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시장침투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제시되는 데,실제로 시장침투가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전략보다는 제품 자체가 불량인 경우가 많다. 사실 제품이 우수하다면 특별한 전략이 필요없다. 현재 미국의 경영대학원에서는 국제경영전략 분야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고 또한 학문적으로도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으나, 사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 분야는 미미한 존재였다. 그 이유는 과거에는 미국제품의 품질이 우수해서 국제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별 문제없이 잘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전략이 중요시된 것이다. 전략과 경쟁력에 관한 재미있는 예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경우를 들 수 있다.알리의 경쟁력이 최고조에 있었을 때 그의 전략은 아주 단순했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냥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연구하게 된다. 세기의 대결이라 일컬었던 일본 프로 레슬러인 이노키와의 대결에 앞서서는 동양 무술을 연마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다양한 전략이 있다는 사실은 핵심역량에서 무엇인가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 얘기로 다시 돌아오자.총선 후 각 정당은 정책 차별화를 목표로 수많은 정책들을 내 놓을 것이다. 그 중 상당수가 실현가능성 또는 합리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겠으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책은 많이 개발되지만 핵심역량의 본질은 오히려 등한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거꾸로 해야한다. 다시 말해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 해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총선을 전후로 한 시기에서는 바로 부패정치인이다. 뉴욕 타임스는 "탄핵에 대한 분노가 북핵, 이라크 파병, 실업 등 다른 현안을 압도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갖고도 탄핵을 힘으로 밀어붙였던 한나라당과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다.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은 한나라당이 앞으로 좋은 정책들을 많이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확실히 떨쳐버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효력이 떨어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모범적인 윤리강령을 만들어서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국민은 한나라당이 내놓는 좋은 아이디어나 정책보다는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준 많은 의석은 한나라당을 용서해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또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은 차지했지만 40% 이하의 당 지지도가 말해 주듯이 국민에 대해 겸허해야 한다. 경제정책을 실험적으로 남발하기보다는 국가발전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부패척결이다. 다음 총선, 그리고 대선 모두에서 또다시 부패문제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돈선거' 풍토가 거의 사라졌다. 힘들여 만든 이러한 전통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17대 총선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음과 같다.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하되, 부패와는 타협하지도 상생하지도 않는다.'경제에 주력'하되 부패를 먼저 해결한다. 기업가는 기발한 경제정책보다는 부패가 없는 경제환경을 훨씬 좋아한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