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70%에 가까운 160조원이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어 정상적인 상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 감독 당국은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을 주문했지만 중소기업경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은행들이 일시에 대출 회수에 나설 수도 있어 중소기업의자금 경색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6조4천억원으로 이 중 67.6%인 159조8천억원의 만기가 올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가계대출 105조원보다 52.2%가 많은 것으로 내수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한다면만기 이내에 상환이 힘겨울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주요 자금 공급원인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을 계속줄이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신규 자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출의 월 평균 증가액은 2002년 3조4천억원에서 2003년 2조7천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는 2조3천억원으로 떨어졌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가 특정 시점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자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더욱 악화돼 은행들이 한꺼번에 회수를 시작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금융 감독 당국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주로 기업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을 빌리기 때문에 만기 1년 이하의 대출이 많다고 지적하고 은행들에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과 만기 구조를 다양화 해줄 것을 요청해 경기 침체로 일시적인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신한, 조흥 등의 주요 은행들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만기 연장과함께 이자 감면, 출자 전환 등의 채무재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