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 물리학과 박사과정의 중국인 학생 루강은 논문경연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다. 그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수직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그는 학과건물에 들어가 지도교수를 총으로 쏘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총을 난사한 후 자살하고 말았다.'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한 언론분석은 두 타입으로 나뉜다. 뉴욕타임스는 '사악한 본성의 소유자'가 '성공과 파괴에 몰두한 나머지 저지른 엽기적 사건'으로 보도했으나 중국신문 월드저널은 지도교수와의 불화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총기구입이 쉬웠던 상황을 문제점으로 부각시켰다. 동일한 사건을 놓고 A는 개인적 성격과 심리상태를 강조한 반면 B는 주위 인간관계와 사회모순에 주목한 것이다. 리처드 니스벳 교수가 펴낸 '생각의 지도'(최인철 옮김, 김영사)는 동서양의 서로 다른 시선에 관한 비교문화 연구서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는 수천년 전 고대 중국의 도(道)와 그리스의 삼단논법을 불러냄으로써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평범하지만 남과 더불어 살려는 중국인과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려 했던 그리스인들 간의 문화적 차이, 전체를 보며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인과 부분을 보며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인의 사고방식 등 시공을 넘나들며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들을 해부한다. 왜 동양에서는 침술, 서양에서는 수술이 발전했을까? 범죄가 발생하면 왜 동양인은 상황을 탓하고 서양인은 범인을 탓할까? 다양한 색깔의 볼펜들을 보여주고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한국인은 가장 흔한 색깔을, 미국인은 가장 희귀한 색깔의 볼펜을 고르는 이유는? 저자는 풍부한 실험과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사고과정은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는 서구 지성의 가정에 도전장을 던진다. 서구인들의 입맛에 맞춘 획일적인 IQ검사 같은 것은 거부돼야 하고 상대방 문화를 모르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집단 따돌림과 인종간의 대결도 끝장내야 한다고. 이 책은 총선을 막 끝낸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동반자살이 잦고 지역에 근거한 갈등이 크며 양비론적 입장에 선 언론 논조가 많은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심리구조를 파악하는데 '외부자의 시각으로 본 비교'가 필수이므로. 2백48쪽, 1만2천9백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