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1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에서 "벼랑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절박감에 대해 "공식선거전 돌입 직전 170-180석 운운하던 기대는 환상이었고 거품이었으며 현재는 원내 제1당을 두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탄핵 이전 원점으로 되돌아 갔다"는 말로 대신했다. 양당의 예상 의석이 최근 분석결과 `110대 110 정도'라는 말도 덧붙였다. 심지어 서울의 승리 우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중진 의원들의 선거구 마저 판별분석 결과4-5%내의 오차범위 접전으로 나타나면서 열린우리당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10일 저녁 정 의장과 만나 당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을 정도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기.인천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서울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다"며 "강남 벨트는 이미 넘어간 것 같고, 강동과 강서쪽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위기는 우리당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당 의장은 물론 당직자들도 공감하고 자성하는 분위기다.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과 문성근.명계남씨 등의 `분당' 발언이 탄핵 역풍의주춤거림과 `박근혜 효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한나라당을 도와줬다는 것이다. 특히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기전날 밤 당 핵심 인사들과 만나 심야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퇴문제를 직접 거론했던 것으로전해졌다. 정 의장은 자신의 사퇴로 모든 것을 되돌리수 있다면 기꺼이 사퇴하겠다는 뜻을피력하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선거결과 `과반 1당'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의사표시를 분명히 하자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인사들이 "지금 당장 의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당의 분란을 극대화 시키고 당이 와해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만류했고, 정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완곡한 어법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우리당은 국민들에 대한 마지막 절절한 호소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날 `절박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상아탑에 머물수 없다'며 전격 입당해 선대위대변인을 맡은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상당히 정치적이며 선거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큰 잘못이 없으니 돌아오겠지 하고 안심하고 있지만 지금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한 순간 개인의 말실수와 의회쿠데타를 감행한 역사적 죄과의 차이를 구별해 달라"며 "차떼기 세력과 지역주의 세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은 정말 피를토할 일이며 절박하다. 위기를 호소한다"며 지지를 간곡히 당부했다. 박영선 대변인은 "야당이 1당이 되면 당장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할 것이고 개헌책동을 할 것이며, 정경유착이 되살아나고 대선자금 수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면서 "결국 대통령은 일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임기를 끝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