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생산력은 급속히 향상되고효율도 높아가는데 왜 사람들의 삶은 더욱 더 고단해져만 갈까? 한때 자본주의의 첨병이자 자본가의 든든한 우군임을 자임하며 블루칼라와는 또다른 특권층을 형성해온 것으로 믿었던 화이트칼라가 오늘날 자본주의로부터 어떻게버림받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이트칼라의 위기」(질 안드레스키 프레이저 지음. 심재관 옮김)가 출간됐다. 저자는 뉴욕타임즈, 포브스 등 신문과 잡지에 경제관련 기사를 써온 비즈니스전문 작가. 저자는 시티 은행, 마린미들랜드 등 미국의 거대은행과 월스트리트, IBM, AT&T,베이비벨스, 출판산업,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의구체적이고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화이트칼라 노동착취'의 현장을 낱낱이 고발한다. "늘어난 업무에 합당한 임금인상은 전혀 이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요. 복지혜택도 몇년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고요. 그런데 회사의 태도는 `세상 돌아가는방식이 본래 그렇다. 맘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가봐라', 뭐 그런 식입니다."(마고트 마케팅 담당책임자) 저자는 갈수록 비대해지는 자본가의 호주머니와는 달리 화이트칼라의 근로환경과 처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1990년대들어 광풍처럼 몰아닥친 대대적인기업인수합병과 이에 따른 후폭풍을 꼽고 있다. 기업합병후에는 어김없이 비용절감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게 마련. 이렇게 해서 인건비 절약을 위한 정리해고와 인원감축이 무더기로 일어났고 정규직은 계약직이나임시직 등 비정규직으로 신속하게 대체돼 갔다. 이런 과정에서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속에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를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혜택은 크게 줄어들었으며, 결국 소모품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책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런 화이트칼라의 열악한 상황을 소름끼치도록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성 질환이 늘어나는 등 화이트칼라 노동착취가 낳은 피해는 막심하다고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비정규직 고용에 제한을 둔다든지,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한다든지, 복지혜택을 더욱 확충한다든지 하는 처방법을 제시한다. 한스미디어刊. 344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