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활황에 힘입어 우리 나라 경기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2월 산업생산은 조업일수 증가와 1월의 설 연휴에 뒤이은 특수 효과(명절 뒤 생산이 증가하는 효과) 등을 감안하더라도 생산 증가세가 뚜렷하고 설비투자와 소비지표도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2월 평균치를 놓고 보면 설비투자와 소비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특히 경기 회복이 정보통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일부 수출업종에 국한돼 있고 고용 유발 효과가 큰 대부분의 내수 업종은 여전히 부진해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않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 뚜렷 2월 산업생산은 작년 2월보다 16.6%나 급증하면서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1월의 4.6%는 물론 작년 같은 달의 9.9%, 작년 연간 평균인 5.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증가율이다. 1∼2월 평균치도 10.5%로 작년 연간 평균의 2배가 넘어 적어도 생산면에서는 경기가 완연하게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17.4%, 중화학은 21.4%가 각각 증가했고 정보통신은 44%나 급증했다. 이처럼 산업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회복을 타고 수출이 작년 하반기 이후 활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수출 증가에 힘입어 2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30억6천만달러로 1월의 23억4천만달러에 비해 7억2천만달러가 증가했다. 이같은 흑자 규모는 지난 98년 12월의 31억7천만달러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큰 수준이다. 이에 따라 1∼2월 경상수지 흑자는 54억1천만달러로 이미 올해 연간 흑자 예정액인 60억달러에 육박했으며 3월까지 포함한 1.4분기에만 7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내수도 회복 조짐 도소매판매도 2.4%가 증가해 작년 3월부터 지속된 위축 기조를 벗어났다. 할인점 판매는 19.7%, 백화점 판매는 5.1%가 각각 늘어난 데 힘입어 소매판매가 1.4% 증가해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탈출했고 도매판매도 4.9%가 증가했다. 도소매판매의 1∼2월 평균은 -0.1%로 여전히 부진하지만 곧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설비투자도 2.1%가 증가해 8개월 만에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했고 공장 가동률은 83.5%로 87년 10월의 83.9% 이후 가장 높았다. 수출 활황이 가동률을 높이면서 극도로 위축된 투자와 소비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4로 11개월 만에 평균추세선(100)을 돌파했고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3.5%로 작년 8월 플러스 반전 이후 증가세를 계속해 경기 회복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장민 박사는 "수출 호황이 제조업 생산을 높이면서 투자와 소비로 파급돼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체감 경기는 여전히 썰렁 하지만 수출 활황과 생산 증가가 정보통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국한돼 있고 경공업 등 대부분의 내수 산업은 극도로 부진해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이 포함된 전자부품 및 영상음향통신 부문의 생산은 전달보다 무려 55%가 늘었고 자동차(19.1%), 철강이 포함된 1차금속(15.1%), 화학(9.3%) 등도 호황을 지속했다. 그러나 의복.모피(-8.7%), 가죽.신발(-14.2%), 인쇄출판(-8.3%), 섬유(-1.6%) 등은 마이너스였고 음식료업(5.7%)은 평균 산업생산 증가율을 밑도는 등 취업 유발효과가 큰 산업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의 평균 취업유발계수(10억원의 생산 수요가 창출하는 취업자 수)는 14.4명인 반면 반도체는 5.3명, 컴퓨터 9.8명에 불과하다. 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해도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내수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하반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경우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의 주력 수출상대국인 중국이 경기 억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데다 미국의 경제 성장도 하반기에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산업생산이 빠르게 늘면서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도소매판매는 아직 부진해 전체적인 경기 회복 속도는 완만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