咸駿浩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경제학 > 우리나라에도 이제 선진국형 모기지론 시대가 열렸다. 모기지론이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한 주택저당채권을 자본시장에서 유동화하여 안정적인 장기주택자금의 공급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이번에 출시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집값의 30%만 있으면 기존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연 6.7% 고정금리로 최장 20년간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어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자금의 흡수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과 장기채권시장의 발전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론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낙관하기에는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첫째 도입시점에 대한 우려이다. 이번 모기지론은 서민 주거생활의 안정 목적보다는 갈수록 단기화되고 있는 가계대출로 인한 금융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모기지론을 통해 현재 약 2백조원에 달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정도를 장기대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사시 정부가 손실을 보전토록 되어 있는 주택금융공사는 지급보증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더욱 취약해지고 주택담보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신용위험이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위험의 분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모기지론이 은행의 신용위험을 재정으로 전이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부채상환능력을 고려해 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3개월간 고정소득만 있으면 소득규모에 관계없이 집값의 60%까지 대출이 가능한 점 등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차입자와 담보의 적격성을 엄격히 심사하여 모기지론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둘째 대출금리 수준에 대한 우려이다. 현재 선진국의 국채 대비 모기지금리 수준과 한국의 경우 장기채 유통시장이 미비하여 추가적인 유동성 프리미엄이 요구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 제시된 모기지 대출금리는 다소 낮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사의 만기불일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일정수준 중장기채를 중심으로 MBS 발행이 이루어져야 하며 대출금리에서 금융회사의 판매수수료와 공사의 보증료를 차감하면 5%대 초반의 자금조달이 이뤄져야만 한다.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된 모기지금리는 일단 모기지론 수요를 증대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MBS의 발행금리와 발행구조를 왜곡시키게 되며 궁극적으로 이를 보유한 투자자의 금리상승위험을 증대시킨다. 만에 하나 금융회사 및 연기금에 대한 떠안기기식 소화가 이뤄진다면 장기채권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자금 선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주택금융공사의 경영 효율성과 위험관리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감독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운영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성과보상체계를 도입하여 공사의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공사에 대한 궁극적인 감독책임은 재경부가 지고 경영지도기준 마련 등은 금감위가 관장하게 되어 있으나 미국의 경우와 같이 유동화중개기관에 대한 리스크자본 부과 등 보다 엄격한 건전성 감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경영관련 사항은 물론 MBS 기초자산에 대한 상세정보 등 공시기준 또한 강화하여 시장의 투명한 감시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금융공사는 상업적 베이스의 민간 주택금융시장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공조해야 한다. 공사의 과도한 시장점유로 민간 주택금융시장에는 고위험 차입자만이 남는 역선택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금융회사는 차제에 더욱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주택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민간 유동화중개기관이 출현하여 주택금융공사와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jhah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