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급부상은 한국에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KIET) 신임 원장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전통 제조업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재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제조업의 급성장은 한국으로 하여금 지식서비스 산업과 첨단 기술산업 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자극하고 있다는 게 오 원장의 생각이다. "기업들의 중국 이전으로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이는 다소 과장된 것입니다.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기업들은 중국으로 이전해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합니다.문제는 떠난 기업의 빈자리를 채울 새 산업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오 원장은 진단했다. "전통 제조업 분야를 중국 같은 후발 국가들에 내어주는 만큼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선진국들로부터 빼앗아와야 합니다." 정부는 지식서비스 산업과 첨단 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 원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년 남짓 KIET에서 산업정책실장 지식산업센터소장 등을 거쳐 부원장으로 재직,원내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도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연구원 혁신과 관련해 그에게 거는 주변의 기대도 크다. 오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연구원의 정책연구 기능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년간 예산 확보를 위해 외부 컨설팅 업무의 비중을 늘리면서 정책연구 기능이 다소 약해졌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습니다.앞으로는 국책연구원 본연의 임무인 정책 연구에 보다 충실할 생각입니다." 오 원장은 지난 19일 원장 선임 사실을 알고 나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유일한 취미인 등산도 지난 주말에는 걸렀다고 한다. 그는 "부원장으로 일한 경험과 91년 통상산업부 장관 자문관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정부정책 개발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 원장은 부인 문지영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문씨는 최근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지난해에는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