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배드뱅크(Bad Bank)가 어제부터 콜센터를 운용하는 등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일부 탕감키로 하는 등 금융범죄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에 비유될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 등을 담고 있지만 그런만큼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확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신용불량자는 3백80만명으로 경제활동인구 6명중 한명 꼴이다. 이들이 하루빨리 법적 사회적 올가미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 5천만원 미만의 빚(6개월 이상 연체)을 진 채무자들이 우선 연체 원금의 3%만 갚으면 신용불량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게 초점인 배드뱅크는 그래서 적지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소득증빙도 필요없는 만큼 5월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전체 신용불량자의 절반가량인 1백80만명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효과를 생각한다면 신용불량 해소 과정에서 원리금 감면 등 어느정도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1~2년간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에게 원금의 일부를 탕감해줄 경우 오히려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정말 실효성을 가지려면 신용불량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다시 빚을 갚지 않을 경우나 차후에 발생하는 신용불량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이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탕감받은 원리금을 환원시키고,연체시점부터 17%의 고율의 이자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배드뱅크가 대부업체로 등록되는 탓에 현실적으로 이들을 다시 신용불량자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후에 발생하는 신규 신용불량을 막기 위해 '특별사면은 이번 한번만'이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추가 사면이 있다면 이는 정부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를 더욱 확산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난 94년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이후 여러차례 농어촌지역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정책이 추진됐으나 이는 결국 농어민의 빚만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어떤 명분이라도 배드뱅크가 배드 소사이어티(나쁜 사회)로 가는 출입문이 되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