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정국불안의 소지가 커지고는 있으나 대부분 기업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대기업은 당분간 내수경기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고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을 더욱 독려해 경제불안 해소에 앞장선다는 분위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은 각 계열사에 수출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위기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해외 거래가 많은 삼성 계열사들은 수출 증대로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앞장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12일 탄핵안 가결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가진 LG전자는 해외 법인과 지사에 "정국 불안과 관계없이 올 수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LG전자 관계자는 "정국이 불안하고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수출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해외 영업망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지 여부를 일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오늘 18일 파주 LCD단지 기공식에 노무현 대통령의 참석이 어려워졌으나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의 참석을 기대하면서 예정대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슬로바키아에 짓기로 한 유럽공장 기공식을 예정대로 오는 4월 초 갖기로 하는 등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회 혼란으로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근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평채 가산금리의 안정세가 이어지고 외국 자금이 당장 빠져나갈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정국불안이 당장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 차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무엇보다 정부의 조정기능이 약화되면서 대규모 투자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심이 돼 적극 추진 중인 기업도시 건설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따라서 이 같은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정부가 극도로 정상적인 경제 운용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경련은 경제조사실 산업조사실 국제경제팀 등 사무국의 각 실·팀별로 탄핵정국 관련 국내외 동향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매일 점검회의를 갖고 있다. 경총은 국론 분열이 노사갈등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노사 협력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유동성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