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씨(52)는 지난 2001년 아마추어 고수들이 참가해 벌인 9홀 매치플레이에서 어설픈 스윙폼으로 '왕중왕'에 올라 화제가 됐던 사람이다. 20년 넘게 의류도매업을 했던 이씨는 골프가 너무 좋아 최근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 후배와 함께 '탑골프'라는 골프숍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골프에 입문한 것은 지난 89년. 당시 매일 1천개가 넘는 연습볼을 치면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다섯번째 라운드에서 90타를 깼고 5개월 만에 첫 '싱글' 스코어를 냈다. 입문한 지 한달쯤 됐을 때 연습장 프로가 '자신은 4번아이언과 피칭웨지 두개로 라운드할테니 내기를 해보자'고 제안해 맞붙었다. 그러나 프로는 90타대 초반을 치고 자신은 1백타를 훌쩍 넘겼다. 클럽 두개에 당했다는 분을 참지 못해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지금은 그 프로와 '스크래치'로 맞붙는다고 한다. 그는 지난 95년 태릉CC에서 '7홀 연속 버디'를 한 적이 있다. 96년 남부CC 7,8번홀에서 연속 이글의 진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98년 설악프라자CC 챔피언티에서 기록한 8언더파 64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클럽의 샤프트가 중요해요"라는 다소 생소한 답이 날아왔다. "클럽성능의 70%는 샤프트가 좌우하는데 헤드스피드가 느린 골퍼가 강한 샤프트를 쓰면 슬라이스가 날 수밖에 없지요.반면 스피드가 빠른 골퍼가 레귤러 샤프트를 쓰면 훅이 나고요.아이언도 자신의 체형과 맞는지 체크해봐야 합니다." 그는 초보자의 경우 스윙궤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클럽을 써도 상관없지만 80타대에서 '싱글'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볼도 스핀을 잘 먹는 3피스볼을 써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골프장으론 몽베르CC를 꼽았다. "지난해 몽베르CC에 갔는데 깜짝 놀랐어요.한국에 이런 코스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지요.천혜의 자연경관에다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는 등 제가 본 코스 중 최고입디다.꼭 가서 라운드해 보기 바랍니다." 이씨는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역시 쇼트게임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50야드 이내에서 볼을 홀 2∼3m 내에 붙이는 능력이 스코어를 좌우합니다.웨지를 들고 반복 연습해야 합니다.특히 퍼팅은 어느 부문보다 사랑하고 공을 들여야 하고요."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