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황색 일간지 빌트간의 싸움이 4만여 명의 기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독일기자협회(DJV)와 언론자유 침해 논쟁으로 확대됐다. 기자협회는 8일 정부 대변인인 벨란 안다 공보처장에게 보낸 성명에서 "기자에대한 취재 차별대우는 명백하게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정보제공 의무에 위배한다"며정부가 시급하게 민주적이고 정당한 정보정책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언론 대응방식은 "정보를 미묘하게 자의적으로 다루는 것이자 정부의 정보제공 의무에 대한 오만한 견해를 표출하는 것"이라며차별대우를 받은 언론사들은 소송을 제기하라고 권고했다. 미카엘 코켄 기자협회장은 "미디어는 정치의 노리개감이 아니다"면서 "사람들이정부 정책의 배후를 비판적으로 캐물을 경우 정부는 자신의 공무 수행에서 부족한점에 관심이 주목되지 않도록 (잘못을) 미디어에 떠넘긴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일간 타츠, 베를리너 차이퉁,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 사사주간지슈테른 등의 편집국장들은 총리가 보도의 자유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항의서한에공동 서명해 안다 대변인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안다 대변인은 슈뢰더 총리가 빌트 등 언론재벌 악셀-슈프링어 산하매체와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은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면서 모든 정치인들은 매체와인터뷰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다 대변인은 총리의 터키 순방 전용기에 빌트 기자가 동승하지 못한 것은 좌석 부족 때문일 뿐이며 총리 동행 취재 기회는 미디어 간의 형평에 맞게 주어져야한다는 점에서 특정 언론사가 동승 보장을 요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99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빌트 기자들은 총리 해외 순방에 어떤 미디어 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25 차례나 동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독일 언론은 이런 설명을 믿지 않고 빌트가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적녹연정 출범 이후 줄곧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내자 보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연방정치 담당 기자 9백여 명이 소속된 연방언론회의(BPK) 대표들이 9일안다 대변인을 만날 예정이어서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인 지 주목된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와 빌트의 사이가 악화돼 있을 뿐아니라 무엇보다 안다 대변인과 기자들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독일 언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독일 언론계에선 슈뢰더 총리가 안다 대변인의 대언론 일처리 솜씨에 대해 불만이 있다거나 빌트지 편집장 출신인 그가 슈뢰더 총리를 칭송하는 전기를 쓴데 이어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부추긴다는 등 개인적 문제를 들춰내는 소문들이 수주일 전부터 나돌고 있으며 일부 언론에는 기사화되기도 했다. 빌트를 비롯한 악셀 슈프링어 산하 매체들은 지난 2002년 총선 직전에 의원들이공무여행으로 쌓인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이용한 일과 관련해 사민당과 녹색당 의원들의 사례만 파헤쳐 보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슈뢰더 총리는 특히 악셀 슈프링어가 일간 빌트를 선봉에 내세워 자신과 정부의개혁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하고 자신의 부인과 딸까지 기사에 끌어들이는 등 악의에찬 보도를 하고 있다며 분노했다고 독일 언론은 전하고 있다. 독일 언론은 빌트의 지나친 우파 편향성과 사실에 충실하지 않은 선정적인 과장보도 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나 동승취재 제외 등 총리실 대응이 지나치며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입장이다. 자유주의적 중도좌파 성향의 독일 최고 권위 매체인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총리가 내부 전열정비를 위해 빌트가 정부를 공격한다고 비난한다"면서 "그러나 공동의적을 내세움으로써 사민당 내부가 안정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빌트는 스포츠와 연예, 섹스, 폭로성 흥미 위주의 기사를 주로 다루는 전형적인황색지로 질과 공정성에선 문제가 있으나 엄청난 부수와 막강한 재력이 뒷받침해주는 방대한 취재망에 힘입어 특종도 자주 터뜨려 영향력이 웬만한 권위지보다 크다. 공교롭게도 슈뢰더 총리의 부인 도리스 쾨퍼 여사도 빌트 정치부 기자 출신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