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산업 시스템을 구축하라'


한국건설이 1등산업으로 탈바꿈하려면 부정.비리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클린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규제위주로 얽히고 설킨 후진적 건설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시장기능에 맡기는 산업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한 건설업계도 철저한 시공관리로 '부실 제로(0)' 시대를 열어야 하는가 하면 부정과 비리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부실과 비리로 시장을 어지럽힌 업체에 대한 퇴출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행화된 건설비리


건설분야 부실·비리는 비자금 조성 뿐만 아니라 건설구조물의 기획부터 준공 이후 사후관리까지 '풀 패키지'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패인식도도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 2002년 부패방지위원회가 실시한 행정분야별 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서는 건설·건축분야가 6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건설비리는 공사부지의 형질변경 용도변경 용지보상 사업계획승인 등의 단계에서부터 설계,입찰,준공 단계에까지 걸쳐 나타나고 있다.


입찰담합,수주업무 편의제공,입찰정보제공,수의계약 특혜 등이 대표적이다.


◆왜 비리에 취약한가


건설분야 부정·비리의 사슬은 고도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필요악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개발경제시대가 낳은 대표적인 부실시공 사례다.


이 같은 부실시공의 뒤에는 항상 업계와 관(官)의 비리유착이 자리잡고 있다.


관(官)이 건설비리의 구조적 개혁을 묵과했다는 비판을 면키어려운 대목이다.


정부는 부실이 생길 때마다 수많은 법령 개정과 방지대책들을 내놓고 비리청산과 '숨바꼭질'을 벌였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정부가 쏟아낸 각종 규제법령들이 비리 청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선(先) 수주·후(後) 생산'이란 특수성도 비리양산을 촉진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수주가 생존 밑천이어서 물불 안가리고 수주경쟁을 펼치게 된다.


입찰·계약,인·허가 과정 등 수주단계에서부터 부정사례가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계의 불투명성과 정치권과의 유착관계 등도 건설비리를 형성하는 큰 축이다.


최근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재벌들은 건설업체들을 통해 엄청난 비자금을 마련한다.


이처럼 재벌들이 계열사 중에 유독 건설업체를 이용해 비자금을 마련하는데는 건설회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사대금이나 자재비 인상,건설 인건비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규제 위주의 법령도 한 몫


현재 건설 관련 법령은 법률 78개,대통령령 91개,부령 97개 등 모두 2백66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라있는 건설 관련 건수만 해도 7백75건에 달한다.


이는 전체 규제완화 등록건수 7천6백97건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규제법령이 넘치다보니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행 국내 건설 관련 법령이 선진국에 비해 규제강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힘든 '유명무실'한 법령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공사수행의 본질과 관계없이 불법·탈법 행위자가 되고,이를 피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하는 비리가 악순환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규제는 과감히 풀되,비리는 엄격히 처벌해야


건설시장의 부정·비리는 관계자들간의 도덕적 해이나 부도덕한 이익추구 차원보다는 건설산업을 둘러싼 불합리한 제도와 이를 묵인해 온 구조적 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건설산업이 만성화된 부정·비리 구조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각종 '곁가지 법률'을 과감히 없애고 사업추진 절차를 대폭 단순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급선무다.


대신 업계와 공무원들에게는 철저한 책임을 부과하고 비리 관련자의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또 건설업계의 회계처리 과정을 투명화해 비자금 창구로 악용되는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국가기간산업을 이끄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을 비리집단으로 치부하기에 앞서 건전한 산업활동의 토양을 먼저 마련해 주는 애정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바람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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