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차츰 확산되면서 경제가 다소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IT(정보기술),생명공학,문화산업 등 첨단 업종에 속한 기업들 중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는 곳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이른바 '굴뚝산업'에서도 최고경영자의 꾸준한 혁신 노력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기업들은 이 시기를 '제 2의 도약기'로 활용키 위해 부심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화이버텍은 초미세 금속섬유 원천기술을 확보,'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회사다. 그동안 극소수의 회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세계 금속섬유 시장에서 이들과 어깨를 당당히 하며 '토종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화이버텍의 특별한 기술력과 그 성장전략을 들여다본다. 고진공 용융 및 초급냉 디스크시스템을 이용한 금속섬유 양산기술에 도전하여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화이버텍(대표 석창환 www.metalfiber.com.031-942-8273)은 지난 88년 1월에 설립된 금속섬유 및 다공(多空)성 금속판 제조업체다. 자본금 3억원,직원 수 5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자본금 54억 원,총 직원 60명으로서 세계 시장진출 준비가 완료된 상태이다. 금속섬유(Metal Fiber)는 금속을 섬유처럼 가늘게 뽑아낸 첨단 소재산업으로 세계적으로 약 4조 원대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첨단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Micro Metal Fiber'는 종래의 제조공법에 비해 높은 순도와 뛰어난 화학적 균일성 및 안정성,균일한 조직 등이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금속섬유 제조법은 '인발'이나 '절삭'에 의한 것으로 제조원가나 품질상의 문제로 적용분야가 특수한 일부 분야에 한정됐으나,화이버텍이 신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금속섬유 가공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 급속한 시장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금속섬유는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으나 세계적으로 극세선 금속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벨기에의 베카르트 등 3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작은 다이스 구멍을 통해 여러 겹의 세선을 연신하는 '다발 인발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수많은 공정으로 인해 가격이 비싸고 연신 되지 않는 소재는 제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화이버텍이 개발한 급냉 응고법은 금속 봉을 끝 부분만 용융해 고속으로 회전하는 냉각디스크에 미세하게 접촉,연속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 또한 공정이 단순해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금속간 화합물 및 비정질금속에 이르기까지 용융점 2000 ℃이하의 거의 모든 금속과 합금섬유를 생산할 수 있어 '전천후' 적용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화이버텍의 금속섬유는 금속을 사람 머리카락 4분의 1 굵기인 20~30㎛수준의 실(絲)형상으로 만드는 신기술이다. 이는 봉 형상의 원재료 끝 부분을 용융시킨 후 고속 회전하는 냉각디스크에 녹은 부분을 접촉해 급냉,응고시킨 후 원심력으로 금속 실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극 세 금속섬유패널은 액체나 기체가 잘 통과하면서도 필터링 효과가 뛰어나고,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서 전기나 전자 분야로 응용범위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 기술은 세계 여러 기업이 상업화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방법이다. 지난 2000년 화이버텍이 이 생산기술을 개발한 것이 알려지자 독일,미국,일본 등의 전문기업들이 기술이나 자본 등 여러 형태로 제휴를 신청해 왔을 정도이다. 약 200여 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금속섬유 기술은,주로 국내 10여개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DPF(경유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뛰어넘어 매연과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제거하는 제2세대 DPF에 적용할 수 있으며,차세대 버너용 연소매트,탈질촉매,공기정화기 및 석유화학,제철,폴리머 제조공정 등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연간 100톤의 금속섬유와 다공질 금속판을 생산할 수 있는 양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화이버텍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유난히 강하다. 급속 냉각법에 의한 기술은 기존 제작법에 비해 생산성 면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자원부가 해마다 국내에서 개발 완료된 기술 중 가장 우수한 신기술 10개를 선정하는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됐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화이버텍은 지난 2000년 신청 접수된 67개 신기술 중 당당히 기술력의 우월성을 입증 받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뽑혔다. 이는 75명의 전문가들로부터 현지심사를 포함한 3회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통과한 것이어서 공신력을 더해준다. 또한 지난해에는 외국기술에 의존해 오던 발전소,소각시설 등의 배출가스 탈질 설비인 '광범위 탈질 촉매(SCR)'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한국전력기술(KOPEC)에 납품해 산자부로부터 '2003년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전력기술로부터 오는 2012년까지 실시권을 획득한 이 기술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를 획득하고 분당 복합화력발전소 시범화 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하였고,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일본,독일,미국 등과의 한판 승부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화이버텍은 한국전력기술과 함께 차세대 세계일류상품 선정을 계기로 현대 모비스(환경사업부)와 협력하여 국내 탈질 시장을 선도하는 종합 환경기술업체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이란 향후 3년 이내에 세계시장점유율이 1~5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상품으로,업종별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심의 위원회에서 선정,정부가 인정한 상품을 말한다. 화이버텍에도 물론 시련의 세월은 있었다. 금속섬유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석 대표를 끊임없이 괴롭힌 난제는 사업초기부터 기술적인 기반이 국내에 전무했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끊임없이 투입되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는 가도 문제였다.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환경분야의 촉매,버너 및 노(爐)의 매트(에너지 및 환경),특수필터(금속) 등 각 분야에 맞춰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사실상 새롭게 개발하고 이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및 부품이 존재하지 않아 모든 걸 자체 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재시장은 선진기술일수록 소비자의 검증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의 상업화가 요원한 특성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인적·물적 한계를 등에 업고 처녀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부담은 한때 회사를 존폐의 위기에까지 내몰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은 석 대표의 사업성에 대한 확신과 투철한 의지를 꺾기에는 부족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공격경영을 선포한 석 대표는 자체 기술연구소외에 KIST와 생산기술연구원,경기대 등과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 30여명의 박사인력들을 인력 풀로 확보하며 난제들을 극복해냈다. 제품생산을 위한 초대형 소결로 등 200여종에 달하는 각종 설비와 부품을 개발하는 한편,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결하면서 국내외에 약 20여건의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창업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으며,2001년에는 정부로부터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자로 선정되어,금속분야의 최고 부가가치를 자랑하는 직조기술의 완성도 목전에 두고 있다. 금속섬유 제조 외에도 3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탄생한 금속섬유 'Opening/Carding' 기술과 소결 공법,필터 특성 분석기술,연소 Media 분석기술 및 촉매제조기술 개발은 화이버텍의 기술개발 노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이 회사가'무에서 유'를 이뤄낸 저력의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초극세 금속 합금섬유 소재기술을 활용해 급속 냉각이 가능한 고효율 저공해 금속표면 버너를 개발했고,시동을 걸지 않아도 자동차 히터가 가열되는 차량용 프리히터의 핵심 부품도 개발에 성공하여 알티전자 등에 이미 공급이 시작된 상태이다. 지난달에는 유량계 및 정밀기기 사업 전문기업인 창민테크와 공동으로 고휘도 전극을 이용한 TFT-LCD의 백라이트용 차세대 전극의 개발을 완료했다. 니켈 특수합금섬유를 이용한 이 제품은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판재형 전극과는 달리 20 ㎛ 정도의 극세 섬유를 소결,가공한 제품이다. 넓은 표면적을 전자량 방출에 활용함으로써 판재형에 비해 최소 3배 이상의 휘도를 낼 수 있어,이 분야의 급속한 기술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발광이 가능한 특수한 조명기구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TFT-LCD BLU와 PDP 뿐만 아니라 특수조명과 고효율배터리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화이버텍은 이 달 중에 국내외의 수요기업들과 공급계약을 정식 체결하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특수전극을 생산하기 위해 월 100만 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제2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차세대 초일류 상품 개발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창민테크와 전략적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기술력과 영업력을 보유한 첨단기술의 두 거목 화이버텍과 창민테크의 만남은 벌써부터 업계에 이슈가 되고 있다. '구매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 준 기술력과 과감한 전략적 기술제휴,세계시장을 선점한 신속한 제품개발' 사업초기부터 겪어온 몇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화이버텍(주)를 기술선진국들의 기업방문 상담 요청이 쇄도하게 만든 비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