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레스토랑 가운데 상당수가 지저분한 것으로 나타나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칸톤(주) 정부 당국들이 매년 관내 레스토랑을 상대로 위생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보면 깨끗하리라는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제네바 칸톤 당국은 지난 2002년 관내 437개 레스토랑에 대해 위생점검을 실시,102개 업소에 불량 판정을 내렸다. 222명의 레스토랑 매니저가 규정 불이행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고 벌금을 물린 경우도 96개 업소에 달했다. 수도 베른의 레스토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2003년의 위생 점검에서 약40%가 경고를 받았다. 현지 보건당국자는 적발된 사례는 대부분 경미한 것이었으나5-10%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제네바 칸톤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레스토랑들의 위생환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식중독을 경험하기 위해 멀리 인도나 멕시코로 갈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당국의 위생 점검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대중적 레스토랑, 갓 개업한 레스토랑, 외국 레스토랑을 막론하고 불합격 판정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위생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종업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한 당국자는 많은 업소 운영자들이 행정지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언어 해득의 문제도 있다고 말한다. 스위스 언론들은 당국이 몇주간의 교육만으로 레스토랑 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일부 칸톤에서는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쉽게 개업 허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스위스에서는 지난 10년간 수천개의 레스토랑들이곳곳에 들어서 일부에서는 '레스토랑 천국'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당국의 위생점검에서 상당수가 불합격 판정을 받고 있는데도 적발된 업소 명단을 일체 함구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어느 레스토랑이 지저분한지 알 권리가 있으며 당국이 인터넷이나언론을 통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덴마크처럼 레스토랑에 위생점검 보고서를 게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스위스 숙박.요식업협회측은 이에 대해 취리히 칸톤의 경우 적발건수는 4%정도에 불과하다며 일반화는 곤란하다는 입장. 협회측은 실제로 스위스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