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약탈과 살인이 급증하고 반군들이 전국적으로 세력을 확대하면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아이티 대통령에 대한 사임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리스티드의 타도를 선언한 무장 세력들은 26일 밤 아이티의 3대 도시인 가예를 점령한데 이어 27일 새벽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60㎞도 안되는 인구 14만명의도시인 미레발래까지 진출함으로써 아이티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수백명의 폭도들이 포르토프랭스 인근 항구의 창고를 약탈하고 최소한 3구의 시신이 이마에 총을 맞아 처형당한 모습으로 거리에서 나뒹구는 가운데 아리스티드 추종자들은 대통령궁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목격자들은 보복 살인에서 비롯된 다른 시신들도 거리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사망자의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주유소는 불길에 휩싸였고 승용차를 대상으로 한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한 운전자는 승용차에 돌이 날아들어 핸들을 거꾸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면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취재진들도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일부 운전자들은 친정부 폭도들에게 돈이나 심지어 승용차도 빼앗겼다. 포르토프랭스에서는 경찰의 흔적을 사실상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티는 군대는없고 4천명의 경찰만 보유하고 있는데 반군세력의 상당수는 지난 1995년 아리스티드가 해산한 무장세력에 소속된 군인이었다. 이날 프랑스 정부는 한때 포르토프랭스 빈민가의 신부였던 아리스티드에게 통제불능의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도록 과도정부에 정권을 이양할 것을 촉구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조지프 안토니오 아이티외무장관을 만나 "이같은 난국이 초래된데 대해 지금 가장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할사람은 아리스티드 대통령 본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도 아리스티드에게 장래문제를 고려해 보라면서 그에 대한지지철회 의사를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함께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면서 "이번 사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면 치안확보와 원조를 담당할다국적군을 결성하는 방안을 다른 나라들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치적 해결책 모색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전(前) 주유엔 트리니나드토바고 대사인 존 두마를아이티 사태 해결을 위한 자신의 특사로 임명했다고 프레드 에커드 유엔 대변인이전했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사임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선출직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유지하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하야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포르토프랭스에 주재하는 한 서방 외교관도 아리스티드가 현 시점에서는 전혀사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이 필리페 반군 지도자는 포르트프랭스가 완전 포위됐으며병사들은 현재 수도를 접수하라는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혀 아이티의 유혈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아직 정식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언론들은 아이티에 파병될 2천200명의 미 해병을 실어나를 3척의 선박이 대기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미국 해안경비대는 아이티에서 탈출한 500여명의 `보트피플'을 본국으로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아이티에서 내란이 발생한 지난 5일 이후 이같은 대규모 강제상환이 이뤄진 것을 처음이다. 해안경비대의 이같은 조치는 인권단체와 플로리다주 출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혈사태가 아이티 국민들의 `대탈출'사태로 이어지는 것을허용하지 않겠다는 미 행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포르토프랭스.워싱턴.뉴욕.파리 AFP.AP.교도=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