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치킨(chicken)은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속어로 애송이, 겁쟁이를 의미하고 군대에선 신병, 쓸데없는 규정을 뜻한다. 또 'chicken head'는 말 그대로 닭대가리(머리 나쁜 사람)이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chicken-and-egg'로 표현한다. 속칭 '영계'(어린 처녀)를 'chick'(병아리)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영어도 우리 말과 통하는 데가 있나 보다. 마주보고 차를 몰아 누가 끝까지 버티는가를 겨루는 담력시험을 'chicken game'이라고 한다.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없는 반항'의 치킨게임 장면과, 조화ㆍ타협ㆍ화합 대신 갈등ㆍ반목ㆍ충돌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새삼스레 오버랩된다. 조류독감으로 빈사상태였던 양계농가, 가공업체, 삼계탕집, 프라이드치킨집이 지난주엔 모처럼 시름을 덜었다. 작년 초복 때보다 닭이 더 팔렸다니…. 다행스러우면서도 극단적인 '쏠림'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2월 마지막주다. 수요일(25일)은 참여정부 출범 1주년이다. '벌써 1년인가'와 '이제서야 1년인가'로 머리속이 복잡하다. 기념 행사로 대규모 국제세미나(26,27일)가 열린다. 솔직히 말해 해외 명망가들의 조언보다, 요즘 올백에서 가리마로 머리스타일을 바꾼 노무현 대통령의 소회가 더 솔깃해진다. 공교롭게도 25일에는 북핵 2차 6자회담(베이징)이 열린다. 리비아도, 이란도 물러섰는데 북한은 어떤 조건을 내놓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으론 북한측 태도에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걸려있어 안타깝다. 같은 날 국내에선 한ㆍ미 통상현안 점검회의가 있다. 작년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본 미국측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업은행장 인선은 이르면 주말께 윤곽이 잡힌다. 금융계에선 주택금융공사 사장처럼 의외의 인물일지, 관료 출신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시장은 어린애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일갈한 이헌재 부총리가 은행장들과의 간담회(25일)에서 어떤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까 지켜보자. 정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23일)가 45개 후보지 중 몇 곳이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할지도 관심사다. 땅값 상승이 선거를 앞두고 개발공약을 쏟아낸 것과 무관치 않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니길 바란다. 정부는 5년간 일자리 2백만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무리한 과속행정의 표본인 노태우 정부 시절 2백만가구 건설과 묘하게 숫자가 같다. 한가지 묻고 싶다. 향후 5년간 산업공동화, 투자부진, 노사불안 등으로 인해 사라질 일자리는 과연 몇 개나 될지 따져봤는가.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