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잘못임을 통감합니다.. 이제 맺힌 한을 놓으소서" 2.18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9시 30분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지상 도로에서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다. 추모식에는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여야 3당 지도부도 함께 했으며 정부를 대표해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사망자 192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검은색 단상 앞에서 이들의넋을 기리는 진혼북과 진혼무 공연으로 시작됐으며 9시 50분 추모식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이어 참사 발생 시각인 9시 53분에 맞춰 1분간 묵념이 올려졌다. 이 시각 대구시내 전역에서는 추모 사이렌이 울리면서 추모식 참석자들은 물론길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춰 비명에 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했다. 묵념에 이어 살아남은 자들의 죄를 고백하는 내용인 `참회'라는 제목의 퍼포먼스가 펼쳐졌으며 유가족과 정부인사, 추모위원 등이 추모식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분향, 헌화했다. 이어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6대 종단의 종교 의식이 진행됐으며 각계 인사의 추도사 낭독이 뒤를 이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강동석 건교부장관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영령들의 희생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면서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국가 안전관리 체계를 과학적으로 정비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온 정성을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추도사에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뼈아픈 사고이며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잘못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그러나 이 사고가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으며, 먼저 가신 넋들은 우리 대구와 대구시민이 아픔을 딛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염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한 김대율씨는 "못다한 일 이룬다 한들 세상 만사 부질없다 여기시고 맺힌 한을 이제 그만 놓으시어 저 세상 그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시라"며 흐느껴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추도사가 끝난 뒤 윤석기 희생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참사 후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했으며 이어 신달자 시인의 `당신은 그날을 기억하십니까'라는 추모시가 낭독됐다. 추모식은 지하철안전 시민협약식을 끝으로 오전 11시 20분께 마무리됐으며 식후행사로 안치환, 권진원의 추모 노래 공연과 한국마임협회의 천도무 공연이 펼쳐진뒤 일반 시민들의 분향, 헌화가 이어졌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추모식 무대에서는 실내 국악단 `해오름'의 추모 연주 등추모 행사가 밤늦게 까지 계속됐다. 한편 이날 대구시내에서는 대구지하철 참사 청소용역 희생자 추모회와 안전기원세미나, 참사 다큐멘터리 상영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대구=연합뉴스) 문성규.김용민.한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