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은행 지분 매각 작업이 빠르면 이달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한미은행의 새 주인이 씨티은행이냐, 아니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냐를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의 최대주주인 칼라일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한미은행 지분 36.6%를 매각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목표로현재 씨티은행 및 스탠다드 차타드은행과 인수 가격과 조건을 놓고 내부적으로 막판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씨티은행 배수진..지분 추가 인수 부담 씨티은행은 다른 외국계 은행에 앞서 한국 시장을 선점하려면 전국적 지점망을갖춘 한미은행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에 결코 밀릴 수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의 칼라일 지분에 이어 스탠다드 차타드 보유 지분 9.76%까지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지분을 늘려 한미은행을 현지법인이 아닌지점 형태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자체 인력이 많은 씨티은행의 인수는 한미은행과 합병 과정에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한미은행 노조 등의 내부 반발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칼라일이 씨티은행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해도 스탠다드 차다드은행이 보유 지분을 넘기지 않거나 너무 높은 가격 조건을 제시하면 인수 비용이 크게 늘어날수 있다는 점도 이번의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스탠다드 차타드..인수 협상과 보유 지분 매각 병행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은 일단 한미은행 지분 9.76%를 선점하고 있고 칼라일의 보유 지분을 매입하면 곧바로 50% 가까이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씨티은행 등다른 경쟁자들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평가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은 그동안 한국 금융시장 전망을 높게 평가하면서 소매금융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강력한 인수 의사를 표명해 왔기 때문에 씨티은행과의 경쟁에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은 일단 이번 협상에서 인수 협상과 함께 보유 지분을 지렛대로 활용해 다른 인수 경쟁자에게 최대한 유리한 가격에 넘기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막판 뒤집기 또는 연기도 가능 인수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싱가포르 투자펀드인 테마섹은 최근 LG카드 처리과정에서 외국계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면서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밀려났다는 관측이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칼라일이 투자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테마섹이 씨티은행과 스탠다드 차다드은행보다 훨등히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칼라일은 오는 3월 한미은행 주총에 앞서 이 문제를매듭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반드시 이번에 지분을 매각하지 못해도 큰 문제는 없기 때문에 조건이 맞지 않으면 6월까지 협상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