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사전 각당 총무 합의에 따라 12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농림해양수산위 전체회의가 `오찬 간담회'로 대체되면서 농민표를 의식한 의원들의`눈치보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국회가 막중한 국가대사를 다룰 회의 장소로 의사당 대신 여의도의 한 고급 음식점을 택한 것은 상임위 개최에 따른 득보다 실이 많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를 주선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손영순(孫永淳) 공보수석은 "간담회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합의 도출에 낫겠다고 생각해 10일 농촌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정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해수위에서는 "위원회 한다고 당장에 될 일이냐"(이양희.한나라) "특별히 더 이상 나올 게 뭐가 있겠나"(정철기.민주)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다수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간담회에는 소속 의원 22명 중 10명만이 참석을 통보했다. 한나라당내 농어촌의정회 대표인 박희태(朴熺太) 의원은 "오늘 지역에서 의정보고 일정이 잡혀 있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고, 민주당 간사인 정철기(鄭哲基) 의원은이날 예정대로 중국 출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농해수위의 핵심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서도 일부 강성 의원은 박 의장을상대로 파격적인 추가지원책을 요구하는 등 협상에 적극성을 보였다. FTA 처리 저지에 앞장서면서 `농촌당 총재'란 별명을 얻은 민주당 이정일(李正一) 의원은 논농업 직불금 지급액을 현행 ha당 53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20조원 규모의 농협 상호신용 대출금리를 현행 6.5%에서 3%로 인하하는 내용의 파격적인 협상안을 제시했다. 직불금은 이미 지난해 10월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50만원에서 53만2천원으로, 농업진흥지역 밖은 40만원에서 43만2천원으로 인상됐으나, FTA 체결에 따른 농가 피해를 감안해 이를 두 배 가량 올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칠레 FTA의 경우 포도 등 과수농가가 직접 피해 대상이란 점에서협상안 수용이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박희태 의원은 "직불금 100만원은 이전 김영진(金泳鎭) 농림장관이 국회에서 해주겠다고 했으나 `마이동풍'인 허상만(許祥萬) 장관이 없던 일로 한 것"이라며 "상호금융도 일반대출을 제외하고 농사용 자금에 대해서만 내려달라고 하는 것이라서 정부가 들어줄 만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사패산 터널 문제로 절을 찾아간 대통령은 유독 농민단체만 설득할 노력을 안 하고, 언론도 국익이 어떻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농민들을 세상 물정모르는 사람들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