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사건과 관련, 1심 재판내내 자금 출처에대해 입을 열지 않았던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6일 항소심 법정에서 "940억원은 당시 당 총재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밝혀 재판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해졌고 재판부도 검찰과 변호인 쌍방 요청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 이 사건의 초점은 김 전 대통령에게로 옮아가게 됐다. 강 의원의 이날 진술로 그간 변호인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해온 'YS 정치자금설'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된 데다 강 의원 변호인도 "당시 당 총재로서 총선 승리의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김 전 대통령이 자금출처를 모를 리 없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강 의원 진술에 대해 "더 이상 언론 플레이를 하지말라"고 전제한 뒤 "돈의 출처는 분명히 안기부 예산이고 내가 김 전 대통령이 아닌, 당(신한국당)에 줬다"며 "재판부에 돈 전달 경로와 액수 등을 상세히 담은 진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두 피고인 사이의 '진실 게임'도 초미의 관심사로떠올랐다. 검찰 공소사실과 1심 판결에 따르면 공범 관계여서 한 배를 탈 수 밖에 없는 두피고인이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며 맞서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 김 전 차장은 강 의원 변호인에게 "안기부 돈이면 유죄이고 대선잔금이면 벌을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언론 플레이를 하며 진실을 숨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강 의원 변호인은 이에 대해 "김 전 차장의 발언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충정으로 이해하겠다"고 일축하며 "검찰은 선거자금의 총괄 책임자인 당 총재가 아닌, 실무자를 엉뚱하게 기소했고 이제야 진실을 밝히는 출발점에 섰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강 의원 변호인측이 재판부에 서울 지역 금융기관에 있는 안기부 차 명계좌에 대한 사실조회를 요청, 금융전문가를 통해 분석한 자료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강 의원이 김 전 차장에게서 받은 수표를 역추적한 검찰 수사 결과 일부 자금흐름이 끊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안기부 단발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날짜등을 맞춰보면 공소사실에 포함된 1천197억원 중 856억원은 안기부 예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강 의원 변호인측은 "계좌분석 결과 안기부 정식 예산을 제외한 자금이 최소 1천700억원을 넘었다"며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일단 오는 27일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해서라도 반드시 증언을 듣고 김 전 차장이 제출하겠다는 진술서를 검토해 내달 12일 김전 대통령의 증언을 듣기로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진실을 밝힐 경우 결정적 판단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경우 정치적, 사법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는 김 전대통령이 증언대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김 전 대통령이 증언을 거부할 경우 결국 변호인이 제출한 계좌분석 자료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와 김 전 차장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 진술서를 내놓을지에 따라 재판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언론 보도 등 법정 밖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쓰지 않으며 법원에 제출된 자료만을 검토 대상으로 삼는다"고 밝힌 것도 1천억원대 민사소송과 연루돼 있는 이 사건을 두고 재판부가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