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과연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상승 국면에 진입했는가. 25일 재정경제부와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12월의 산업생산이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비와 투자 감소세가 둔화되는 등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소비도 곧 회복될 것이라며 경기 회복을 자신하고 있고 일부 민관 경제연구소도 여기에 정부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내수가 여전히 감소세를 지속하는 한 경기 저점 통과 여부를 논하기는 다소 이르다고 판단하는 연구기관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작년 2.4분기 혹은 3.4분기 경기 저점 통과했나 재경부는 작년의 산업생산 동향을 분석한 결과 분기별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1.4분기 6.1%에서 2.4분기 3.0%, 3.4분기 3.0%, 4.4분기 7.4%로 3.4분기 이후 확연히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월별 돌발 변수를 희석시켜 기조적인 흐름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분기별 산업활동을 토대로 현재 상황을 분석할 때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다. 출하 증가율이 1.4분기 4.8%, 2.4분기 2.8%, 3.4분기 2.5%, 4.4분기 7.4%이고공장 평균가동률도 1.4분기 78.6%, 2.4분기 77.2%, 3.4분기 76.4%, 4.4분기 80.6%로나타난 것도 3.4분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분기 2.7%, 2.4분기 1.9%, 3.4분기 2.2% 등이었다. 재경부는 월별 산업생산 증가율도 7월 0.7%에서 8월 1.5%, 9월 6.7%, 10월 7.4%,11월 4.5%, 12월 10.4% 등으로 3.4분기가 시작되는 7월 이후 상승기조를 유지하고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 증가율은 작년 1.4분기 1.5%에서 2.4분기 -1.7%, 3.4분기 -2.5%, 4.4분기 -2.2%로 역시 3.4분기에 가장 나빴다가 4.4분기에는 감소세가 둔화된 만큼 바닥을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경부 시각이다. 설비투자 역시 1.4분기 -3.4%에서 2.4분기 -3.7%, 3.4분기 -7.0%, 4.4분기 -4.7% 등으로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1월 도소매판매 -0.2%로 크게 개선 전망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소비도 미약하나마 회복세에 들어설 전망이라는 게재경부의 희망적인 분석이다. 월별 도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9월 -3.0%로 98년 12월의 -3.5%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10월에 -1.6%로 개선됐고 11월에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며 크게 악화돼 추세가 꺾이는 듯 했으나 12월에 다시 -1.5%로 회복세를 확인했다. 재경부는 올 1월에는 -0.2%를 기록하며 드디어 소비가 플러스에 근접한 것으로보고 있으며 특히 백화점 등 소매 부분의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백화점의 경우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했고 작년 12월에 세일을앞당겨 실시한 탓으로 판매가 부진했으나 설 연휴의 한파로 따라 사람들이 바깥에서소비 활동을 많이 하면서 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신학기인 3월이면 소비 동향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회복 추이를 확인하려면 당분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 회복세 지속 여부가 문제 재경부는 수출이 계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와 투자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전망이서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민관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기 저점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생산 관련 경기지표는 이미 작년 4.4분기에 저점을 찍고 돌아섰으며 현재 논란은 회복세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꺼져서 더블딥이 될 것인지의 여부"라며 정부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 실장은 또 "쟁점은 내수가 살아나는 지의 여부이지만 국내 소비가 작년에 워낙 나빴기 때문에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작년에 좋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반사 효과로 개선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전체 경기는 성장세를 이어가거나 행여 수출이 조금 감소한다 해도 내수가 받쳐주면서 적어도 횡보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신승우 산업동향과장은 "내수가 확연히 살아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개선징후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창민 연구위원은 "생산은 저점을 통과했지만 내수쪽은아직 그런 느낌이 없다"고 지적하고 "소비는 작년 10월에도 그랬듯이 잠시 살아나다다시 나빠질 수 있어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그는 "경기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내수가 아직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바닥을 지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수출 기업을 빼면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극단적인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무는 "국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려면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가계 부채 문제가 언제 풀릴 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정규영 부총재보도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소비성향이 높은 청년층의 실업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가계 부채와 과도한 사교육비에 조류 독감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최윤정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