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출신들이 국책은행과 금융 및 증권 유관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시장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작동 원리와 업무를꿰뚫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들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해당 기관 직원들의 주장이다. 27일 금융계와 증권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CEO는 대부분재경부 출신 관료들이 점령했을 뿐 아니라 증권 유관기관 대표 중에서 재경부 출신이 아닌 사람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재경부 출신이 수장으로 진출해 있는 금융회사와 유관 기관은 ▲산업은행(유지창) ▲기업은행(김종창) ▲수출입은행(신동규) ▲신용보증기금(배영식) ▲기술신용보증기금(박봉수) ▲예금보험공사(이인원) ▲여신금융협회(이호군) ▲국제금융센터(김창록) 등이다. 또 ▲증권거래소(강영주) ▲선물거래소(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신호주) ▲코스닥위원회(허노중) ▲증권전산(한정기) ▲증권금융(맹정주) ▲증권예탁원(노훈건)▲투신협회(양만기) 등 증권 유관기관은 모두 재경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산업은행 총재는 현재 32대째에 이르고 있으나 김영태, 이근영, 엄낙용, 정건용등 대부분 재경부 출신이 독식해 왔다. 기업은행도 지난 61년 창립 이후 행장은 대부분 대부분 재경부 출신이 맡았고한국은행 출신도 일부 있었으나 내부 승진으로 오른 사례는 지난 96년의 김승경 행장 1명 뿐이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기업은행의 감사 자리가 감사원 출신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작년 9월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역시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신동규씨가 행장으로 선임됐고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12월 감사를재경부 출신으로 채웠다. 증권거래소는 지난 55년에 출범했으나 박창배 이사장(99∼2002년)을 제외하고는자체 승진이 없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경부 출신들의 자리 독식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고볼멘소리를 내고 "그러나 공적 기능 못지 않게 시장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만큼 낙하산 인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