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지난해 경영실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을 물론 미래 핵심사업 가능성이 중요하게 고려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선 반도체 부문의 `혜성'으로 떠오른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지난 연말 삼성전자를 사상 최초로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주역인 `미스터(Mr) 플래시' 황창규 메모리반도체 사장이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황 사장의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 승진은 그가 독보적 기술력으로 세계 플래시메모리계를 주도하자 지난해 10월 그룹차원에서 플래시 메모리를 차세대 전략품목으로 육성키로 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또 기존에는 반도체 총괄내 한 사업부문이었던 LCD 부문이 이번 인사에서 LCD총괄로 `승격'되면서 이상완 AMLCD 부문 사장이 LCD 총괄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점도특징이다. LCD 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휴대전화와 함께 3대 `캐시 카우(수익창출원)'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데다 TFT-LCD와 유기EL 등 미래의 대표적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부문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이번에 총괄로 승격한 만큼 이 사장의 사내 위상도 한층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TV와 홈네트워크 사업 등 삼성전자의 차세대 핵심사업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미디어(DM) 부문의 최지성 총괄 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진대제 전(前) 사장의정보통신부 장관 진출로 공석이 된 사장직을 공식적으로 맡게 되면서 지난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DM 부분의 활동을 인정받았다. 반면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지목된 생활가전 부문의 한용외 총괄사장은 이번에 3년전 떠나온 친정격인 삼성문화재단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돼 가전부문 수장으로서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다. 국내경기가 아무리 좋지 않았더라도 가전부문의 부진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져야 한다는 기류가 그룹내에서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윤종용 신임 총괄부회장이 이번인사에서 생활가전 부문을 총괄하게 됨으로써 가전부문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한 그룹측의 강력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밖에도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 96년 반도체 총괄사장직에 오른 뒤 8년여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이끌어 온 이윤우(59) 반도체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승진함과 동시에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장'을 떠나 사장단에서도 세대 교체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