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이어 금호그룹이 지난 대선 당시 여야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는 등 기업 관련 검찰수사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7일 금호그룹이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대위에 각각 10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금호그룹이 한나라당에는 채권 10억원과 수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민주당에는 1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채권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했다"며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금호가 제공한 불법자금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설 전까지 기업 수사를 모두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 가속도 붙는 기업수사 =이번 금호의 정치자금 제공 사실 적발로 지금까지 불법 자금 제공 사실이 밝혀진 기업은 삼성 LG 현대차 SK 등 5대 기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금호측이 양당에 제공한 채권이 현금화되지 않고 당 관계자가 이를 보관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6일 압수수색한 한화그룹의 정치자금을 추적하는 동시에 미국으로 출국한 김승연 회장에 대해 입국을 종용하고 있다. 김 회장이 출국금지 직전 출국한 것과 관련, 검찰이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금호와 한화 외에 효성 한진 등 다른 10대 그룹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추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다음주부터 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사장과 강유식 LG 부회장 등 구조본부장급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기업수사는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의 사법처리 여부는 손길승 SK 회장 처리가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으며 구본무 LG 회장에 대해서는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 복잡해지는 양당 대선자금 규모 =기업별 불법 자금 규모가 밝혀짐에 따라 현재까지 10개 그룹으로부터 받은 대선 자금은 한나라당이 5백12억원+α, 노무현 캠프가 29억6천만원+α다. 그러나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수사 결과에 따라 액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에 따른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날 긴급 체포된 한나라당 재정국 간부 박인규씨에게서 "이철웅 현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도피해 있을 것을 지시하며 세차례에 걸쳐 7백50만원을 지원했다"는 진술을 확보, 한나라당측이 조직적으로 검찰수사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