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BSE)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주수입국인 아시아 각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주요 쇠고기 수출국인 한국과 일본은 24일 즉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잠정 금지한다고 발표했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도 이런 움직임에 합세했다. 지난 96년 영국 광우병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유럽도 러시아가 즉각 수입금지조치를 내리는 등 미국 내 광우병 발병발표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사태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광우병으로 많은 피해를 겪은 영국의 전문가들은 광우병이 주로 감염된 생우나 육류의 이동을 통해 확산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신속한 조치와 이를 통한 신뢰회복만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광우병은 지난 86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유럽과 아시아, 캐나다 등에서 발병했으며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나타나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지금까지 153명이 사망했다. ◆일본= 후쿠다 야스오 (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척추 뼈 등 쇠고기 부산물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작년의 경우 미국 쇠고기 시장의 32%에 해당하는 8억4천여만달러치의 쇠고기를 수입했으며 일본 내에서도 지난달까지 9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다. 일본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쇠고기 외식 업체인 '요시노야 D 앤드 C'의 주가는 오전 장에만 8.24% 빠졌으며 맥도널드도 햄버거용 쇠고기 전량을 호주에서 수입한다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3.11%떨어졌다. 일본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는 그러나 자사의 진열대에 있는 쇠고기는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는 소가 발견된 미국 워싱턴주에서 멀리 떨어진 중서부에서 들여온 것이라면서 판매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싱가포르 당국은 미국 소의 광우병 감염이 확인되면 싱가포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사라질 때까지 6년 동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정부도 '예방적'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광우병 발병이 확인된다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농림부는 광우병 발병이 확인된다면 쇠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고기류에 대해서도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동남아 국가들은 쇠고기 대부분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수입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에 따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화권= 대만 정부는 차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중단하겠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면서 "현재 홍콩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당국의 검역절차를 거친 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도 이번 사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수입 중단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뉴질랜드 = 호주 정부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일시 중단한다고 워런 트러스 호주 농업장관은 "호주 정부는 추가 정보가 있을 때까지 미국서 수입된 쇠고기를 국경 지역에 일시 억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러스 장관은 미국 주재 자국 관리가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미국측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호주 축산업계는 경쟁상대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함에 따라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호주의 쇠고기 수출업체인 호주농업회사는 향후 새로운 판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13% 껑충 뛰어올랐다. 뉴질랜드 정부는 그러나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지난 5월 이후 북미산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상태이며 수입량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별도의 수입금지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 유럽 =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알렉세이 고르데예프 농무장관은 미국이 광우병 발병사실을 공식 통보해옴에 따라 관련법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대부분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년 전부터 수입금지조치를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추가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U는 미국을 이미 `위험국가'로 분류, 성장호르몬이 사용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수량도 미미한 데다 엄격한 품질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추가조치는 필요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 당국은 미국의 농업 감독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 식품조사국의 브라이언 에번스 박사는 하지만 앞으로 48시간 안으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5월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총 2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국= 미국 농업 당국은 워싱턴주에서 발견된 광우병 의심 소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인근 농장에 대한 격리,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워싱턴주 야키마 인근의 농장이 격리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광우병 추정 소의 감염이 최종 확인될 경우 문제의 소와 같은 농장에 있던 모든 가축들을 도살해 광우병 검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또한 워싱턴주의 한 축산업체가 지난 9일 출하된 4천6백여t의 쇠고기에 대해 자발적인 회수작업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축우조합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도가 매우 낮다면서 한국과 일본 등 쇠고기 수입 국가에 대해 과학적인 토대에 쇠고기 수입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축산 전문가들도 광우병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으면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국이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