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내년부터 시행 가능성이 높던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관광비자 면제가 1년 이상 지연될 것 같다. 반면 일본인에 대한 관광비자 면제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형평성 문제는 물론 한국외교력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베트남 정부의 한 소식통은 24일 "당초 해외관광객 유치 확대 등을 위해 한국에대해서도 내년부터 최고 15일까지 관광비자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그러나 외교부, 공안부, 관광총국 등 관련부처협의 끝에 일본에 대해 먼저 시행해본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이에 따라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먼저 1년 동안 관광 비자면제를 해준 뒤 결과가 좋으면 다음으로 한국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 조치가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소식통도 "싱가포르 등 일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회원국을 제외하고 일본인들에 대해 관광비자없이 베트남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본이 베트남에 대해 매년 평균 8억달러 규모의 경제원조를 해준데 대한 감사의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반면 한국은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작년말 기준으로 17억달러가 넘는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개발원조 규모는 일본의 15분의1도 되지 않는데다 그나마 이율, 상환조건 등면에서 다른 어느나라보다 나쁜 것이 현실"이라면서 "작년기준으로 1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베트남을 찾은 한국에 대해서 비자면제연기 조치를 취한 이면에는 이런 섭섭함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 소식통도 "총리실, 외교부, 관광총국 등 여러 경로를 통해한국에 대해 관광비자면제 조치를 조속히 취해줄 것을 설득했으나 일본을 먼저 시범국으로 시행해본 뒤 추후에 한국을 우선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유예 사실을 시인했다. 이 소식통은 "접촉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에 대해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들 간의미묘한 정서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조속한 조치를 촉구했으나 결과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면서 "그러나 유예기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있다"고 덧붙였다. 비자면제기간이 1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는 것은 여행사, 항공사, 식당 등 한국관광객들을 주고객층으로 하는 서비스업종관계자들과 현지 출장이 잦은 일반기업체 관계자들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한국관광객에 대해 비자를 면제해준다는 소식에 따라 가이드수를 늘이고, 현지업체들과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해왔는데 1년 이상 연기가 된다니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될 것 같다"고우려했다. 현지 진출 대기업 관계자도 "보통 1주일 미만의 단기 현지출장수요가 많은 기업들도 비자면제에 따른 여러가지 이점을 기대했는데 연기 사실에 허탈하다"면서 "이것 하나만으로 현지투자 2위국인 한국외교의 위상과 한계를 보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윤영관(尹永寬)외교통상부장관은 24∼26일 베트남을 공식방문한다. (하노이.호치민시=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