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조정 여부 등통화정책 기조를 공개할 때 사용하는 일부 표현이 모호해 시장에 혼동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빠르면 내년초부터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통화전문가들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공개된 지난 10월 28일자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개선위원회'가 구성돼 시정방법을 모색해온 것으로 밝혔다. 소식통들은 FRB가 내달 27-28일 소집되는 차기 FOMC에 커뮤니케이션개선위원회가 마련한 제안들이 제출돼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내년 2월 미 의회에 통화정책을 반기 보고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통화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표할지를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OMC는 통화정책 기조를 공개하는 표현이 일부 모호해 시장에 혼동을 초래할 수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들어 개선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위원들간에 견해차가 워낙 커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급기야 이 문제를 전담할 커뮤니케이션개선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통화 전문가들은 FRB가 시장에 혼동을 가져다준 대표적인 모호한 표현으로 "상당기간(Considerable peroid)"을 들었다. FOMC가 지난 8월 회동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지난 9일 소집된 가장 최근의 회의 후에도 역시 언급된 이 표현이 시장에 혼란을 가져다준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것이다. 즉 FOMC가 이 표현을 사용한 후 장기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시장에 특히 혼란이왔다는 것이다. FRB의 리서치담당 국장을 지내다 지금은 도이체방크 증권부문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마이클 프렐은 "FRB가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 일부 애매모호한 점들이있어 올들어 내내 문제가 돼왔다"면서 "FRB 내부에서도 통화 정책을 어떤 식으로 발표할지를 놓고 일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개선위원회 소속위원 가운데 벤 버난케의 경우 FRB가 아예 `인플레 수치목표'를 설정하자는 견해를 내세우는데 반해도널드 코언은 그렇게하면 FRB가 통화 정책을 융통성있게 운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에드워드 그램리치 위원은 FRB가 `장기적 측면에서 선호하는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하는게 어떠냐는 절충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에는 이밖에 마이클 모스코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개리 스턴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그리고 로버트 패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포함돼있다. FRB 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개선위원회에서 이같은 이견이 절충됐느냐는 질문에"작업이 진행중"이라고만 말할 뿐 더 이상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FRB가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서 발생하는 모호함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팀을구성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9년 8월에도 팀이 구성돼 이듬해 1월에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마련된 것은 FOMC가 회동 후 장기성장 측면의 인플레 혹은 디플레 위험을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즉각 공개하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리스크 밸런스 평가'로 불려온 이 방법이 도입된 후 시장이 지나치게 금리의 단기적인 효과에만 치중해오던폐습이 나름대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개선에도 불구하고 FRB가 인플레와 디플레간 균형을 언급하면서 사용하는 `대칭적'이란 표현 등이 여전히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FRB는 지난 5월 통화 정책의 초점을 성장 촉진에 맞출지 아니면인플레 진정에 집중시킬지를 놓고 위원들간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결국 `디스인플레'에 최우선으로 비중을 두기로 절충한 바 있다. 디스인플레란 디플레와는 다른 개념으로 문자 그대로 인플레에 반(反)하는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후 8월 FOMC 회동 때부터 "상당기간"이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또다시시장이 혼동하게되자 새롭게 커뮤니케이션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대책을 모색하게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당기간"이란 표현이 금융시장으로 하여금 `머지않아 금리가 인상되겠구나'라고 판단하게 만들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라이스톤 ICAP의 루 크랜달 수석연구원은 "FRB가 추구하는 통화 정책을 시장에알리는 과정에서 문제는 `그들 스스로도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공개된 10월 FOMC 회의록에도 여전히 문제가 상존한다면서 `실업상황이 경제실적에 대한 기대치와 여전히 큰 갭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내년하반기 혹은 그 이후까지 계속될지 모른다'고 언급된 부분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장기채권 금리에 FRB가 당초 예상했던 이상의충격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FOMC 회의록은 회동이 열린 6주후 공개되는 것이 관례다. (워싱턴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