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은 9일 유럽이미국의 말을 늘 순종할 수 만은 없다는 뜻을 밝히며 미국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의 독자적 방위체제 구성을 추진할 뜻을 강조했다. 슈트루크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안보관련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간 관계에서 상호존중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강력해진 유럽이 동맹국인 미국과항상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트루크 장관은 이어 최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합의한 EU의 독자적 방위기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배치하거나 중복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를 설치하고 점진적으로 기능을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슈트루크 장관은 또 냉전 종식 이후 상황에 맞춰 추진해온 독일군 현대화를 향후 설치, 발전해나갈 EU 독자방위체제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EU가 독자적 방위체를 구성하더라도 안보정책에 관한 `정치적, 군사적 환상을 가져서는 안되며 그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슈트루크 장관은 강조했다. 나토는 독일과 유럽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기본 토대로서 중요성을 지닌다고 밝힌 슈트루크 장관은 "유럽과 미국이 어떤 위기와 관련한 작전을 펴더라도 나토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슈트루크 장관은 나토가 개입을 원하지 않는 일이 있을 경우 EU는 스스로 지도력을 떠맡을 지 여부를 결정하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트루크 장관은 이어 EU가 나토의 인력이나 설비 등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엔EU 자체로 공동 계획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이같은 체제는 모든 수준에서 유럽의 안보에 기여하고 미국과 함께 국제평화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야누스 체메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EU는 방위동맹이 아니다"면서 EU가 군사동맹체인 나토를 대체하려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체메크 장관은 "유럽을 방위하는 기구는 모든 EU 회원국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그런 기구이어야만 유럽을 대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5월 EU에 신규 가입하는 폴란드는 이미 나토 회원국이며 이라크전과 관련해 미국을 지지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