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에 사는 K씨는 지난 98년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돈 2천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이 친구의 회사는 외환위기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다. 친구는 미안한 마음에 돈 대신 자기 소유의 땅 2천평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K씨는 현장을 방문해본 뒤 땅을 받을 마음이 싹 사라졌다.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채권자 손에 넘어가게 된다는 말을 듣고 울며겨자먹기로 땅을 받았다. 그런데 몇년 뒤 이 땅 인근에 2차선 도로가 생기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개발업자들이 나타나더니 땅값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1년에 한 아파트 개발업자는 7억원을 줄테니 팔라고 제안했다. K씨는 이 땅을 팔아 평생 만져보지 못한 목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도로가 생겨 큰 이익을 본 사례다. 교통망은 땅 투자의 나침반이다. 대부분 토지 전문가들은 투자 유망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새로 도로나 철도가 개통되는 지역을 꼽는다. 도로가 생기면 사람이 다니고 사람이 몰리면 땅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서울 등 대도시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주 수요도 늘어난다. 이런 까닭에 교통망 신설은 땅값 상승의 결정적인 재료가 된다. 올들어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당진 서산 태안,경부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서는 천안 오송 대전 등지의 땅값이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땅값에 영향을 주는 교통망으로는 지방도로 국도 고속도로 순환도로 전철 경전철 고속철도 등을 꼽을 수 있다. 투자 포인트는 바로 역(驛)과 인터체인지(IC)가 들어서는 주변 땅이다. 인터체인지 등으로의 진출입이 쉬운 까닭에 공단 도시 상업시설 휴양시설 등 여러 형태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땅값이 급등한다. 용인시 신갈읍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갈은 경부고속도로 신갈IC가 개통되기 전만 해도 작은 리(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IC 개통 이후 급격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읍으로 승격됐다. 땅값은 용인의 도심지역을 능가하고 세수(稅收)는 용인지역에서 가장 많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 진명기 JMK플래닝 대표 (02)2040-6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