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CEO는 도전을 두려워 해서는 안됩니다." 중소기업부문 테크노 CEO로 선정된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기업을 둘러싼 경제 및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고 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바로 테크노 CEO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휴맥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셋톱박스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TV, 홈미디어 서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분야에서도 세계 일등 품질의 제품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 벤처기업에서 디지털 가전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변 사장이 테크노 CEO로서의 몫을 해내는데 솔선하고 있는 셈이다. 휴맥스도 출범 당시에는 다른 벤처기업들처럼 보잘 것이 없었다. 변 사장은 지난 1989년 2월 서울대 부근인 봉천동 낙성대 입구에 자본금 5천만원으로 휴맥스의 전신인 '건인시스템'을 설립했다. 컴퓨터 개발용 장비, PC용 영상처리보드, 가정용 영상가요반주기 등을 생산하던 중 디지털 가전산업이 떠오를 것으로 판단, 94년에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개발에 나섰다. "디지털 TV산업이 유망할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셋톱박스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었지요." 변 사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셋톱박스를 개발한 휴맥스는 해외의 틈새시장을 노렸다. 당시 톰슨 필립스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방송사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 소매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96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유럽 표준규격(DVB)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를 개발했다. 다양한 수신제한장치(CAS)를 내장한 고품질 셋톱박스도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문이 달려 공급을 못할 정도였다. 휴맥스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지난 2001년에 2억3천7백만 달러, 지난해에는 2억9천7백만 달러어치의 셋톱박스를 팔았다. 필립스 노키아 톰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디지털 방송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변 사장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유럽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이 우수했기 때문"이라며 "세계 시장의 흐름을 나름대로 잘 읽은 덕택"이라고 털어놨다. 잠시도 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흐름을 주시하면서 변화에 맞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로 제품화한게 소비자의 입맛에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휴맥스는 디지털TV와 홈미디어 서버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셋톱박스 기술이 합해졌을 때 가장 큰 시너지효과가 일어날 분야가 바로 이것입니다. 디지털 TV는 셋톱박스 기능이 내장된 걸 말합니다." 변 사장은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휴맥스는 셋톱박스처럼 디지털 TV도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셋톱박스 기능이 들어간 TV로 기술적인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2월께 유럽형 17인치 디지털 LCD TV를 내놓고 기능이 다양화된 LCD 및 PDP(40인치 이상) TV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미국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미국 티보사와 손잡고 개인용 비디오 리코더(PVR) 제품을 시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1월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04 가전쇼(CES)'에 참가,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향후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내년 하반기께 제품을 선보일 계획. "이공계 출신으로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일궈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변 사장은 "이공계를 선택하는 청소년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의 모델로 발돋움하겠다"고 다짐했다. ----------------------------------------------------------------- [ 약력 ] △1960년 경남 거창 출생 △1983년 서울대 제어계측과 졸업 △1989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1989년 건인시스템 대표 △1998년∼ 휴맥스 대표 △한국벤처 기업협회 부회장, 벤처리더스클럽 회장, 디지털셋탑박스산업협의회 회장, 한국CEO대상, 젊은 공학인상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