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출장을 가거나 여행할 때,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본래의 목적에서만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의외의 장소나 기회에 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전시회를 둘러본 후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계 회사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우리쪽은 국내 인쇄단체장과 인쇄관련 원로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인쇄업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헤드 테이블이 아닌 구석자리를 배정받았지만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만찬이 시작되자 일본계 회사 대표의 일본어 환영사에 이어 곧바로 중국어로 동시통역이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분명 영어가 아닌 중국어였다. 그 자리에는 태국인 말레이시아인 서양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많이 있었지만 한국어 통역은 물론 국제 공용어인 영어 통역조차 없었다. 만찬장에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았고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고객인 중국인들을 염두에 두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자리는 국제 성격의 만찬장이기 때문에 국제 공용어인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통역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사회자에게 가서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만 통역한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소용없었다. 우리 팀은 집단퇴장 사유를 밝힌 후 만찬장을 퇴장,그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강조했다. 저녁조차 먹지 않고 퇴장한 우리는 한국식당으로 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일본인들의 얄팍한 처사에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놀란 건 똑같은 처사가 예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일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재발을 방지했어야지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똑같은 일을 겪은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도 이제는 스스로 자존심과 긍지를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시정을 요구,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 후세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고,우리가 대접받을 수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