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제 정치 본연으로 돌아가 내년도 예산안을 철저히 다룰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최병렬 대표는 12일 "어쨌든 특검문제는 이 단계에서 처리됐으니까 대선자금 문제는 검찰에,대통령 측근비리는 특검에 각각 맡기고 정치는 정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도 같은날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4당 총무간 간담회를 마친 뒤 "이제 국가적 의제를 민생쪽으로 돌리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예산안'을 심의 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은 이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최소한 당 지도부의 말과는 따로 놀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일 예산에 대한 정책 질의보다는 폭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7일부터 시작된 예결특위 비경제분야 질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특검 및 대통령 측근비리'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파행을 겪었다. 17일 13명,18일 10명,19일 15명의 의원들이 특검법을 거론했다. 이들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킨 특검법을 대통령은 수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질문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법리문제를 따져 수용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측의 '판박이 답변'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노 대통령 측근 비리 폭로도 잇따랐다. 의원들의 질의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나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집중되면서 예결특위에 참여한 정부기관장 30여명 중 절반가량은 하루종일 단 한마디의 답변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공방을 '구경'해야 했다. '폭로'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한나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20일부터는 폭로전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일 열린 예결특위는 또다시 특검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면서 예산안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청와대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아 퇴장,'맥빠진' 특위가 됐다. 극에 달한 정치 불신은 정치인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