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張夏準.41) 영국 케임브리지대경제학부 교수가 현재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및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은 후진국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사다리'를 통해 오르려는 것을 막으려는 선진국의수단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제도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뮈르달 상(賞)'을 받은 장 교수는 지난 17일 보도된 브라질 최대 일간지 폴랴 데 상 파울루와 인터뷰에서 2005년 1월 출범 예정으로 협상이 진행중인 FTAA와 관련해 브라질이 FTAA에참여할 경우 장기적으로 내수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 10여년간 제3세계 경제와 범지구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온 장 교수는 "선진국들은 WTO 및 FTAA 교섭을 통해 자국이 경제발전 당시사용했던 동일한 정책(보조금 지원, 자국산업 보호, 지적재산권 무시 등)을 개발도상국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브라질은 우루과이나 엘살바도르와는 달리 자국 산업이 발달돼있어 브라질이 FTAA에 참여할 경우 자국 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브라질은 FTAA 참여로 단기간에는 농업 등 분야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내수산업의 피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를 잠시 휴직하고 현재 한국에서 국제포럼을 준비하고 있는 장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8일 뮈르달 상을 받은 저서 `Kicking away the ladder(사다리 차버리기)'의 주제와 일맥 상통한다. 이 책은 보호무역주의로 성장한 선진국들이 다른 후진국들이 쫓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밟고 올라왔던 방식(사다리)을부정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3세계 국가들에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일방적인 세계화에 대한 반대 논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브라질은 이번주 20∼2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되는 제8차 FTAA 각료회의에앞서 비공식 협의를 통해 미국에 대해 농업보조금을 철폐하고 동시에 지적재산권,정부 조달, 서비스 등 분야는 협상 의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FTAA 협상 성공의 분수령이 될 이번 회의를 앞두고 미국은 농업부문의경우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통해 논의해야 하고, FTAA에서는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협상 의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브라질 정부의 고금리 정책에 대해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제조업계의 이익률이 4∼5%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현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정부가 10∼12%의 고금리 정책을 지속할 경우 기업들은 물품을 생산하기보다는 재테크에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고금리 정책의 수정을 권고했다. 장 교수는 지난 10∼12일 브라질 의회 의원과 과학기술부 관료, 기업인들에게 `사다리 차버리기' 책에 대해 강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식 민주당 의원의 장남으로 지난해 8월 40세 나이임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0년 10월부터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해 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