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주식 가압류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면 비록 법 절차에 따른 가압류였더라도 증권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2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지난해 D증권 기관계좌도용사건과 관련, 증권사로부터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주식 가압류를 당한 투자자 C씨가 증권사를 상대로 낸 1억1천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권사는 원고에게 8천400만원을 지급하라"며 18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C씨는 지난해 D증권사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며 자신이 보유한 당시 시가 기준 1억7천700여만원의 U사 주식계좌를 가압류하는 바람에 `U사 주가폭락으로 가압류해제 뒤 손해를 보게 됐다'면서 지난 4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압류 등) 보전처분은 법원 재판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적 청구권 여부는 본안 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해 채권자책임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며 "가압류 이후 U업체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피고는 원고의 손해가 예상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다만 원고 C씨의 주식운용을 맡은 아들 M씨가 객장에서 기관계좌도용 사건 종목의 주가조작 사실을 입수, 주식을 거래했던 점은 인정된다"며 가압류 시점에서 해지로 거래가 가능했던 시점의 가격을 뺀 총 주가의 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C씨는 지난해 8월 D증권 기관계좌 도용 사건 종목인 모 정보통신 주식 3만4천400주를 8차례에 걸쳐 매수했으나, 매수 당일 가격이 떨어지자 이튿날 전량 매도했다. C씨가 주식을 매도한 날 계좌도용 사건이 터졌고, D증권은 손실을 우려해 작전세력 예상계좌 38개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증권사측은 C씨에 대해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고 올 1월에야 가압류 집행해제를 신청했으나 이미 C씨가 보유중인 U사 주가는 3천100원에서 880원으로 하락한 뒤였다. 재판부는 "정황상 원고도 주가 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실체상 청구권이 없음에도 가압류를 신청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