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승용차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 3월 기아자동차가 오피러스, 9월 쌍용자동차가 뉴체어맨을 출시한데 이어 지난 12일 현대자동차가 국내 대형 승용차의 대명사인 에쿠스를 새롭게 선보인 것. 대형 승용차 판매시장은 연간 3만5천대 규모다. 올들어 10월말 현재까지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8.2% 줄었으나 대형차 시장은 4.1%나 늘어났다. 특히 3천∼3천5백cc급 시장은 3사가 중복돼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쟁터다. 각각 시차를 두고 새단장했지만 특장점을 앞세운 불꽃 튀는 판매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먼저 신형 에쿠스. 현대차가 22개월에 걸쳐 5백여억원을 투입한 작품이다. 기존 에쿠스보다 한층 세련된 디자인에 최첨단 편의장치를 달았고 친환경 기술까지 적용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뒷모습 디자인이다. 기존 각지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볼륨감을 높였다. 번호판도 범퍼 대신 트렁크에 달도록 디자인, 깔끔하게 처리했다. 또 국내 최초로 냉난방 통풍시트를 새로 적용해 쾌적한 운전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최고급 DVD AV시스템은 물론 3차원 DVD 내비게이션 시스템,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도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다 주행중 라디에이터로 유입되는 대기 속의 유해오존을 무해한 산소로 정화시켜 주는 대기정화 라디에이터를 적용했다. 역시 국내 처음이다. 앞바퀴에는 초대형 17인치 디스크를 적용해 제동거리를 8%나 단축시켰다. 앞 엔진룸 안에는 전방충돌 감지센서를 적용했고 커튼에어백도 장착했다. 트렁크 용량은 15ℓ 더 늘렸다. 판매가격은 4천90만∼8천6백90만원.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를 내년 국내 시장에서 1만7천대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지 소비자 반응조사를 끝낸 중국 중동 등으로 본격적인 수출도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BMW, 벤츠, 렉서스와도 한판 겨루겠다는 의지다. 뉴체어맨은 쌍용차가 97년 체어맨 출시 이후 처음으로 외관이나 편의사양을 대폭 변경한 모델. 지난 2년간 1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신차 수준에 달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 야심작이다. 유럽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접목된 신유러피언 스타일로 헤드라이트와 뒷모습 등 외관을 크게 변경했다. 물론 첨단 안전시스템 및 편의장치도 한층 보강했다. 전동식 파워트렁크, DVD 플레이어, 3차원 내비게이션, 전동 마사지기, 후방카메라, VIP 전용 뒷좌석 AV시스템 등 에쿠스에 버금간다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다. 판매가격은 3천2백50만∼6천3백50만원. 소진관 쌍용차 사장은 발표회에서 "월평균 1천5백대를 판매, 시장점유율을 기존 17∼18%(8백대)에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월 1천5백대가 판매되고 있는 에쿠스와 월 1천2백대의 오피러스를 제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체어맨은 판매 한 달 만에 계약실적이 6천3백대에 달했다. 기아차는 엔터프라이즈 이후 7년 만에 사운을 걸고 오피러스를 개발해 내놓았다. 오피러스는 3월 출시 이후 10월 말까지 1만1천대나 팔렸다. 디자인은 물론 성능과 편의성,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제품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한다. 차량의 길이를 5m 넘지 않는 최적의 사이즈로 제한하는 대신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판매가격은 3천31만∼4천6백50만원. 기아차 관계자는 "최상의 드라이빙을 원하는 고품격 운전자를 겨냥한 컨셉트로 개발했다"면서 "국내 대형 승용차중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할 만큼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췄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피러스는 이달부터 북미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기아는 오피러스를 내수시장에서 연간 3만5천대, 수출시장에서 연간 2만5천대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도 대형 승용차를 내놓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르노삼성은 내년께, GM대우는 2005년께 각각 해외 계열사 모델을 토대로 개발해 시장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어서 대형 승용차 판매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