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우이동 도선사에서는 약 1시간30분 동안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100일 탈상제가 열렸다. 초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스산한 날씨 속에 진행된 이날 탈상제에는 미망인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큰 딸 지이씨, 장모 김문희 여사, 강명구 현대택배회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등 가족과 그룹 계열사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탈상제에 `정씨 일가'는 대부분 불참해 경영권 분쟁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현 회장측과의 경영권 갈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명예회장은 물론이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준 의원, 정몽근 현대백화점회장 등 고 정몽헌 회장의 형제들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제사 분위기는 조촐하다못해 쓸쓸하기까지 했다. 정씨 일가 중에서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여동생이자 한국 프랜지 김영주 명예회장의 부인인 정희영 여사만 유일하게 자리를 함께 했다. 정몽헌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던 지난 8월 `현대가'의 어른들이 전면에나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그후 외국인들의 현대엘리베이터 매집 움직임에 즉각 경영권 방어에 나섰던 `현대가'의 단합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현정은 회장 체제를 유지키로 하긴 했지만 향후 현대그룹의향배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참석한 임직원들도 말을 아꼈고 하나같이 침울한 표정이었다. 특히 남편의 죽음과 그에 이은 경영권 다툼 등 연이은 `시련' 탓인지 이날 현회장은 상당히 지친 듯 보였다. 탈상제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현 회장은 법례 마지막 순서로 스님이 고인의 유품을 태우는 순간에는 그동안 쌓여던 설움이 북받쳐오른 듯 눈가에 눈물이맺히기도 했다. 현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다 오후 4시께 취재진을 피해 급히 도선사를 떠났다. 김문희 여사는 "이제 다 소용 없는 일이다"라며 체념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이 돌아가신 뒤 계속 혼란스러운 일이 이어지고 있어 탈상제를 치르는 마음이 더욱 더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