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은 과연 사양산업일까.


'예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얘기다.


오랜기간 지속된 섬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9월 현재 국내 섬유 수출규모는 총 1백13억달러였고 무역흑자도 70억달러에 이른다.


대한민국 대표산업으로 부상한 반도체(2억달러 적자)보다 무역수지가 좋았다.


세계시장에서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 상품 81개중 섬유가 전체의 40%인 32개를 차지하는 것도 아직 한국 섬유의 명성이 시들지 않았음을 입증해 준다.



문제는 앞으로 급부상하는 중국 시장의 추격을 어떻게 따돌리느냐는 것이다.


저가의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 업체들에 대항해 원가를 낮춰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안일한 전략은 이미 설 곳을 잃었다.


이제는 오직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고기능성 신가공 기술 등 미래핵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고기능성 제품 가운데 새롭게 각광받는 섬유가 나노섬유다.


나노섬유는 섬유직경이 1천나노미터(nmㆍ1백만분의 1m) 미만인 섬유로서 일반 마이크로 섬유보다 1백배 가늘다.


섬유직경이 2백 나노미터일 경우 1g으로 지구둘레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3만km 길이로 늘릴 수 있다.


나노섬유의 경우 한국 업체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선 MIT대 미시간대 등 미국 유수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상업화에 성공한 곳이 없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개발해 나노섬유 제조기술을 이미 상업화한 단계.


현재 나노섬유와 관련, 한국연구기관과 기업이 보유한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특허는 총 12건.


전체 29건중 41%에 해당하는 수치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최근 산학연 전문가 그룹과 함께 발표한 '나노섬유의 용도전개 방향 및 시장규모 조사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산업분야에 쓰일 수 있는 나노섬유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10.7% 정도 늘어나 현재 1백59억달러에서 2012년에는 4백억달러로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섬유의 용도는 필터, 특수 보호용 섬유, 에너지 저장용 섬유, 클리너용 섬유소재, 탄소섬유, 의료용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현재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성능 필터(HEPA)와 차세대전지인 폴리머전지, 생체활성 의료용 섬유소재 등에도 적용돼 IT 바이오 산업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노섬유의 활용분야나 시장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평균 10.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섬산련 관계자는 "국내 나노섬유 기술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보다도 한 단계 앞선 수준"이라며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함께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이 세계 나노섬유분야를 리드해 가며 한국 섬유의 이름을 다시 한번 세계에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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