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자살을 기도, 5일만인 31일 오후 사망한 비정규직 노조 광주전남본부장 이용석(31)씨. 그는 수년째 저소득층 학생들을 가르쳐온 야학 교사였다. 전남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졸업 2년만인 지난 2000년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에 조사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씨는 대학졸업생으로 자랑할 만한 직장은 아니였지만 성실히 일했고 지난해 1월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계약직 직원이 됐다. 계약직 직원이 되기까지는 직원들의 도움이 컸는데 이씨의 성실성을 인정한 동료들이 연명으로 건의, 통상 외부 공개 채용을 통해 선발하는 계약직에 이씨를 강력추천했던 것이다. 이씨의 상사인 A모 차장은 "노조일을 하면서도 결코 자기 업무에 소홀한 적이없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에게는 회사 업무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있었다. 이씨는 회사 퇴근 후 매일 같이 목포 창평동 목포 신협 4층에 위치한 `목포 청소년 공부방'을 찾았다. 바쁜 회사생활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이곳에서 저소득층 자녀 20여명을 가르치는선생님이었다. 대학 시절 야학 선생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이씨는 회사 일 못지않게 야학에 헌신했다. 이씨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효원씨는 "수업을 마치고 잡무가 있다며회사에 갈 정도로 부지런한 분이었다"며 "공부방 대표로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아이들이 충격이 클 것 같아 분신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얘들이 얼마나 슬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망한 이씨는 분신 기도전 작성한 유서에서 "우리 공부방 어린 학생들은 어려운 환경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내 삶의 스승이자 등대였다"며 자신이 가르쳐온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글로 대신했다. (목포=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