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전북 부안군민들의 촛불 시위가 지난 7월 26일 부안읍 수협 앞에서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시작된 이후 다음 달 2일로 100일을 맞는다. 매일 오후 7시 읍내 수협 앞 네거리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손에 촛불을 든 남녀노소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촛불 시위는 단순한 원전센터 반대시위에서 벗어나 군민들의 사랑방으로 아예 자리 잡았다. 부안의 촛불 시위는 지난 10월 추석 연휴와 맞물리면서 출향 인사들에게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부각됐고 환경단체의 대체에너지 개발 논의를 다시 점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 시작돼 계절을 넘기면서도 수협 일대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지난9월 이후에는 격포와 진서 등 촌 동네까지 촛불 시위가 확산됐다. 특히 인구 7만명에 불과한 부안군에서 많을 때는 1만명, 평균 2천명 안팎이 참여한 것은 이전 안면도나 굴업도 사태 때도 없었던 일이다. 인구 비례로 본다면 서울에서 매일 200만명이 나와 촛불시위를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최근 정부와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촛불집회는 누구나 마이크를 잡는 `만민공동회' 형식으로 전환, 종전 김종규 군수의 집단폭행 등 과격했던 폭력시위가 비폭력으로 정착되고 있다. 가을밤의 촛불시위는 낭만도 깃들어 자연 걸출한 `지역 연예인'들도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최도은씨는 부안이 낳은 밤무대 민중가수로 부상했고 부안여고 김모(17)양은 트로트를 구성지게 불러 대중가요 스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등 얼굴 없는 재주꾼들이 끊임없이 배출됐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부를 찍는 열성파도 수백명에 이른다. 촛불시위의 민심이 원전센터 건설을 놓고 입장을 달리하는 지역 정치판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원전센터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정균환(민주당,부안.고창)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것인지, 김종규 군수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대책위를 이끌고있는 지도부를 정치권으로 유인할 수 있을지 등 표심의 결집과 향배도 주목된다. 핵 반대 대책위는 다음 달 2일 부안 수협 앞 일대에서 대동제 형식의 `100일 맞이' 행사를 준비했다. 오전 9시부터 새 총 100회 쏘기와 반핵 그림 그리기, 자전거 타기, 퀴즈 풀기등이 열리고 각 면(面) 대책위 관계자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먹은 뒤 오후 6시부터 100일을 맞는 촛불집회를 기념하기로 했다. 핵 대책위는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촛불시위는 투쟁과 문화가 어우러져 부안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상승시켰다"고 자평하며 "핵폐기장 건설이 백지화 될때까지 촛불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안=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