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이 오랜 예고기간을 거쳐 마침내 지난 29일 발표됐다.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세무조사 강화,다주택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종합부동산세 2005년 조기시행 등 세제적 측면과 투기 지역 내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 거래내역을 신고토록 하는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등이 대책의 초점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서울 강북 지역 뉴타운 개발,고속철도 주변 주택단지 공급 등이 제시되었다. 주택금융 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담보비율을 낮추고,향후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밖에 개발부담금 제도 연장,주상복합 분양권 전매금지 등 부동자금이 몰릴 수 있는 틈새를 없애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토지주택공개념 제도 등 일부 대책은 2차 대책으로 예시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 대책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투기 수요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기에 포괄적인 정책을 발표하여 정책의지를 표명하고,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주택공급,자금흐름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심리를 억제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경험으로 볼 때 이러한 수준의 대책만으로 부동산투기가 근절될 것인지,나아가 바람직한 주택정책이 마련되는 것인지는 의문이 많다. 우선은 거시적 관점에서 주택시장의 수급관계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2~3년간 가격폭등은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주택공급 부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지난 1998년 주택업체들이 대거 부도가 나면서 가격 폭등이 예견되었고,여기에 정부의 공공주택공급이 재원부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문제가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다양한 주택수요가 분출하면서 이에 맞는 적절한 공급이 지역단위로 부족한 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택공급은 현재 제시된 수준 이상으로 규모나 유형이 지역적으로 다양화되어야 하고,이를 위한 재원조달과 택지공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주택수요의 잠재적 구매력이 주택담보대출에 의해 현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비율을 낮추고,대출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미 상당한 대출 자금이 부동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내년에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을 위한 주택금융공사를 설립할 예정이어서 이러한 새로운 제도를 통해 기존의 단기 담보대출시장을 장기자금시장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셋째 세제 강화를 통해 자본이득을 회수하고,투기를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세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단 다주택 소유자나 투기자에 대해 중과세하고,부동산 보유에 따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부동산세제가 기본적으로 보유에 대해서는 부담이 적고,거래단계에서는 중과세하는 세율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왕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측면의 불합리성도 조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양도소득세 등 세금만으로 부동산투기를 잡으려고 하다 보면 세금의 전가가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과열되거나 투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처방은 당장의 효과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안목에서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왕에 제시된 정책을 당장의 효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제도 개선과 연결하여 향후 바람직한 부동산시장이 창출되도록 유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경제학 박사 sylee@r114.co.kr